지금, 휴먼니팅(human-knitting)이 필요한 순간
김향숙 코치(KSC, PCC)
블리스코칭연구소 대표
국제코치훈련원 트레이너코치
국제코칭연맹(ICF) 기획위원
강원도 고성에는 봉포라는 마을이 있습니다. 겨울이 깊어지는 이쯤 되면 마을로 들어가는 입구에 서 있는 소나무에 빨간 땡땡이 옷이 입혀집니다. 마을주민들이 거친 겨울 바닷바람에 막무가내로 노출되어 힘들 소나무를 생각해서 준비한 옷이라고 합니다. 첫인상은 소나무와 빨간 땡땡이 옷의 부조화에 웃음이 나지만, 바라보고 있으면 소나무의 고통과 연결되려는 마을주민들의 자비와 따스함이 느껴져 미소와 함께 가슴이 몽글몽글해짐을 느끼게 됩니다. 겨울에 대비하여 나무에 손뜨개 털옷을 입혀주는 것을 ‘트리니팅(tree-knitting)’이라 합니다. 아기를 보살피려는 부모의 따스한 마음과 같습니다. 사람 사이에도 이러한 니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휴먼니팅(human-knitting)’이지 않을까요. 그러면 사람과 사람 사이는 무엇으로 연결이 되어야 할까요?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틱낫한 스님은 우리가 분리되었다는 착각에서 깨어나기 위해 여기(here & now)에 있다고 했습니다. 우리는 독립적인 존재가 아니라 우리의 본질은 상호존재(interbeing)이기 때문에 일상에서 연결감을 느끼고 자비와 이해를 실천하며 살아가야만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고 했습니다. 틱낫한 스님이 말씀하신 자비는 조건 없는 자기 사랑의 다른 이름입니다. 진정한 자비는 나 자신부터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나 자신을 충분히 사랑하고 보살피지 않으면 타인에게도 진정한 자비를 베풀기가 어렵습니다. 나를 진정으로 조건 없이 사랑하기 시작하면 당연하게도 남에게 자비로워집니다. 조건 없는 사랑에는 경계가 없기 때문입니다.
하반기에 특수학교에 다니는 고2 남학생들에게 14회차 수업을 진행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자신들의 불완전함과 다름으로 인해 경계와 소외 속에 지내야 했던 친구들이 회차가 거듭될수록 구분 없는 자비가 자라나고 경계의 사라짐을 느끼는 순간, 그 친구들과 저는 그냥 다 같은 존재라는 연결감이 서로에게 생겼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많은 운동에 재능이 있는 튼튼이(별칭)와 ‘나만의 탁월함’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때였습니다. 튼튼이는 시설에 있는 청각장애 친구입니다.
코 치: 튼튼아, 너만이 특별하게 잘하는 것이 무엇이니?
튼튼이: 싸이클, 농구, 달리기 그리고 수학 문제 푸는 거요.
코 치: 그럼 더 잘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데?
튼튼이: 고기를 더 잘 굽고 싶어요.
코 치: 와우~ 이유는 뭐야?
튼튼이: 시설에 같이 사는 동생들에게 맛있는 고기를 먹게 하고 싶어요. 그러면 동생들이 행복해해요.
튼튼이에게 ‘휴먼니팅(human-knitting)’이 되어진 순간이었고 치유되는 순간이었고 연결감의 순간이었습니다. 튼튼이가 자신의 불완전함과 결점을 사랑하고 수용하였기에, 그리고 사람은 누구나 고통과 행복을 번갈아 느끼는 존재라는 것을 깨달았기에 시설의 동생들에게 구분 없는 자비와 사랑이 자라난 것입니다.
내 안의 상처를 보듬어 주는 것은 세상의 상처를 보듬어 주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나의 부족함을 따뜻하게 받아들이고 마음이 편안해질 때 타인을 향한 시선과 사랑이 자라납니다. 나 자신의 고통을 알아차리고 인정하고 치유할 때 자연스럽게 나의 주변도 세상도 치유되는 게 아닐까요. 타인과 세상을 향한 자비와 공감의 시작점은 내 안에 이미 존재하는 평화와 사랑, 수용을 발견하여 경험하고 표현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합니다. 나의 치유와 함께 타인과 세상이 치유됨을 목도(目睹)하면 가장 깊은 곳에서 우리가 모두 연결되어 있음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튼튼이와의 연결감을 느낀 이후부터 저는 아침마다 같은 구절을 반복해서 되뇝니다.
내가 평화롭기를/행복하기를/건강하기를/안전하기를...
당신이 평화롭기를/행복하기를/건강하기를/안전하기를...
모든 존재가 평화롭기를/행복하기를/건강하기를/안전하기를...
<성찰 질문>
1. 올 한해 휴먼니팅(human-knitting)의 순간은 언제였으며 누구누구였나요?
2. 코칭할 때, 에고와 에고가 만나는 구조화된 관계가 아니라 존재와 존재로 연결되어(interbeing) 있음을 느낀 순간은 언제였으며, 무엇이 그것을 가능하게 했나요?
3. 2025년에 연결되기를 희망하는 것은 무엇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