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확행’을 넘어 ‘아보하’로
황현호
국제코치훈련원 원장
한국부부행복코칭센터 원장
전, ICF코리아챕터 회장
아주대학교 경영대학원 겸임교수
코칭을 통해 내 삶에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사는 법을 배운 것이다. 내가 원하는 일을 하며 살아간다는 것은 곧 나답게 사는 것과 같다. 코칭을 처음 접했을 때는 ‘내가 이런 걸 한다고 하면 사람들이 뭐라고 생각할까?’ 하는 걱정이 많았다. 마음속에서 ‘네가?’라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그러나 코칭을 깊이 이해하게 된 이후부터는 내가 원하는 삶을 선택하며 살고 있다. 그 결과 지금껏 많은 성과를 이루며 살아왔다.
그러나 몇 달 전, 토요일에 코칭 과정을 진행하러 집을 나서는데 직장에 다니는 아들이 한마디 했다. “아빠는 토요일에도 일해?” 이 질문은 나를 깊은 생각에 잠기게 했다. 아들에게는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 단지 ‘일’로 보였던 것이다. ‘아, 아들이 보기에 내가 하는 일이 단순한 일처럼 보이는구나. 나는 기쁨으로 하고 있는데….’ 그리고 만약 후배 코치들에게도 내가 그저 일에 치여 사는 것처럼 보인다면, 그건 내가 바라던 모습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코칭을 10년이나 했는데도 누군가에게 그렇게 비친다면, 과연 누가 코칭을 하고 싶어 할까? 큰 위기의식이 들었다.
최근에 한 코치님께 ‘매력적인 삶’을 주제로 코칭을 받았다. 내가 매력적인 삶을 살고자 하는 이유와 그에 맞는 라이프스타일을 찾는 것이 목표였다. 코칭 중에 또 한 번의 강력한 질문을 받았다. “안경의 관점에서 이 사실을 본다면 어떻게 보이나요?” 한참을 침묵했다. 쉽게 답할 수 없었다. 그러다 문득 깨달음이 찾아왔다. 아무리 내가 매력적인 삶을 산다 해도, 누군가에게는 ‘왜 저렇게 살지?’라고 비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후배들에게 매력적인 삶으로 보이고자 했던 것도 결국은 남의 시선을 의식한 삶이었다. 내가 진정 좋아서 기쁨을 느끼며 매 순간 현존하며 살아간다면, 그 자체가 나다운 삶이라는 깨달음을 얻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서울대학교 소비자학과 김난도 교수 연구팀이 매년 발표하는 ‘트렌드 코리아’에 따르면, 2025년 트렌드 중 하나가 ‘아보하’라고 한다. 6년 전에는 ‘소확행’ 즉,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 유행이었다. 그러나 사람들이 소확행을 SNS에 자랑하며 경쟁하다 보니, 오히려 소진되고 비교하게 되는 삶에 지쳐갔다. 나답게 살아가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현실이었다.
이제는 ‘아보하’의 시대가 왔다. ‘아보하’는 ‘아주 보통의 하루’를 의미한다. 특별한 일이 없어도 하루를 온전히 살아낸다면 그것이 곧 나의 삶이라는 것이다. 누구와도 비교하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잘 보이려 하지 않으며, 내가 좋아서 기뻐서 할 수 있는 일에 몰입할 수 있다면, 그리고 특별할 것 없는 하루에도 감사와 기쁨을 느낄 수 있다면, 그것이 진정한 행복이다.
성찰 질문:
1. 당신에게 ‘아보하’란 무엇입니까?
2.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보통의 하루를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