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공감 코칭 –가만히 들어주었어-
(코리 도어펠드 글/그림, 신혜은 옮김, 우리 아이들)
김은영 원장
코칭평생교육개발원 원장
그림책 공감 코칭 원장
국제코치훈련원 전문위원
남서울대학교 코칭학 박사과정
오늘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그림책을 통해, 제가 추구하는 방향성 ‘공감 코칭’을 얘기해보고자 합니다.
제목을 통해서 벌써 제가 하고자 하는 얘기가 무엇인지 짐작하시리라 생각합니다.
먼저 제가 생각하는, 제가 하고 있는, 앞으로도 계속 제가 하고 싶은 ‘공감 코칭’은 고객이 목표를 설정하고, 실행계획을 찾아 실행하도록 하는 코칭과는 사뭇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칼로저스가 얘기한 ‘공감’에 대해 전적으로 동의하며 그 방향성을 갖고 고객을 만납니다.
칼로저스는 상담사들에게 말했습니다. 내담자들을 치료하려고 하지 말고 잘 들어주고 진심 어린 공감을 하라고. 그러면 내담자들은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치유할 힘을 발휘한다고!
사회복지사 시절부터 칼로저스를 좋아했던 저로서는 그래서 자신의 문제의 답을 스스로 갖고 있다는 코칭 철학이 더 와닿았던 것 같습니다.
주인공 테일러는 너무 깜찍한 표정으로 신나게 블록으로 무언가를 만들어갑니다.
새롭고, 특별한 것을 만들어가는 저 표정이 참으로 행복해 보이는 듯합니다.
다 완성한 블록을 바라보는 테일러의 표정이 보이시나요? 저절로 미소가 지어집니다.
보고 있는 제가 마치 완성한 듯한 행복감을 느끼게 하는 표정입니다.
그런데 엄청난 일이 생겨버립니다. 테일러의 실수도, 잘못도 아닌데 테일러의 일이 무너져버렸습니다.
테일러는 곧 좌절합니다.
라이프코칭을 하는 저는 이런 일을 겪고 감당하기 힘들어하는 고객들을 많이 만나게 됩니다.
정말 열심히 살았고, 최선을 다해 살았는데…. 자신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어려움이나 시련을 만난 고객들은 무너집니다.
환경을, 세상을 탓하며 화를 내기도 했다가 자신의 불운을 자책하기도 했다가…. 고객들은 많이 힘겨워하며 무너집니다.
그림책의 테일러처럼….
힘겨워하고 있는 테일러에게 많은 친구가 찾아와 저마다의 위로를 건넵니다.
닭은 테일러의 일을 자기 일처럼 안타까워하며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다 말하라고, 털어놓으라고 합니다.
곰은 화가 나고 짜증 나는 이 상황에 소리 지르고 마구 고함을 치라고 합니다.
코끼리는 친절한 모습으로 망가진 블록을 고쳐주겠다고 합니다.
그 후에 하이에나, 타조, 캥거루가 찾아와 자신들의 방식으로 테일러를 도우려고 합니다.
하다못해 뱀은 복수하러 가자고 합니다.
그러나 테일러는 그 어떤 친구들에게도 위로를 받지 못합니다. 그렇게 친구들이 모두 떠나고 혼자가 되어 버린 테일러에게 토기가 찾아옵니다.
토끼는 테일러의 몸에 자신의 몸을 가까이하여, 체온을 느끼도록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습니다.
토끼는 그렇게 아무 말 없이 한참을 기다려줍니다.
그러자 테일러가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화를 내었다가 소리를 질렀다가, 새에게 복수할 거라고서 했다가….
토끼는 테일러의 곁에서 조용히 다 들어줍니다.
그렇게 테일러가 한참을 얘기하다가, 마침내 웃습니다. 그리고 “나, 다시 만들어볼까?”라고 말합니다.
그때도 토끼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여줍니다.
그리고 테일러는 마침내 더 멋진 블록을 완성합니다.
한참 힘겨워하는 고객에게 어떤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실행하기 위해 무엇을 하겠냐는 질문은 제게 힘겨움이었습니다.
스스로 어찌할 바를 몰라 좌절하고 무너져내리는 고객에게, 과거에도 성공했었잖냐고 힘을 내어 다시 해보자는 말을 차마 저는 할 수 없었습니다.
저는 고객이 스스로 자신의 문제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믿었고, 지금 힘겨워하는 고객의 얘기를 공감하며 들어주었습니다.
한 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전 질문하지 않았고, 고객의 얘기에 진심으로 공감해주었습니다.
스스로 자신의 얘기와 감정을 모두 쏟아내고, 진심 어린 공감을 받은 고객은 제가 질문하지 않아도 스스로 무엇을 해야 할지 찾아내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제가 하고자 하는 ‘공감 코칭’입니다.
우리는 때로 내가 너무 잘 아는 분야의 일로 힘들어하는 친구를 만나면 여러 가지 조언도 하고 싶고 가르쳐 주고 싶기도 합니다.
특히 자녀들의 문제를 보면, 때로 그 문제가 부모인 나의 문제인 듯 착각도 들며 나의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여러 가지 말들을 해줍니다.
그러나…. 우리는 아마 대부분 겪어 보았을 겁니다.
내가 어떤 문제로 힘들 때 누군가 해주었던 조언을 나조차도 듣지 않았다는 것을.
내가 힘들 때 문제 해결책을 제시해준 사람보다 그저 나의 푸념을 들어준 사람이 더 고마웠다는 것을.
저는 제가 다른 사람들이 해주었던 조언을 듣지 않았기에 저도 조언을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저 잘 들어주고, 진심으로 공감해주며 그가 스스로 딛고 일어설 것을 믿고 기다립니다.
<성찰 질문>
1. 나와 가까운 사람이 어려움을 당할 때, 나는 어떻게 반응하나요?
2. 진심 어린 공감을 받아본 경험이 있으신가요? 그때 어떤 힘을 느끼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