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여기서 나를 발견하는 코칭의 9가지 핵심
황현호 원장
국제코치훈련원 원장
한국부부행복코칭센터 원장
아주대학교경영대학원 겸임교수
광운대학교교육대학원 겸임교수
숭실사이버대학교 겸임교수
전, ICF코리아챕터 회장
코칭의 본질은 무엇일까? 그것은 고객이 자신의 내면과 진정으로 만나도록 돕는 것이다. 게슈탈트 심리치료의 핵심 개념들은 코칭 현장에서 고객의 성장을 이끄는 강력한 도구가 된다. 이 글에서는 게슈탈트 이론의 9가지 핵심 키워드를 코칭의 관점에서 재해석하여, 고객이 진정한 변화를 경험하도록 돕는 방법을 제시한다.
접촉, 성장의 문을 여는 열쇠
코칭 세션에서 고객과의 만남이 피상적인 수준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진짜 접촉은 단순히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아니다. 접촉은 나와 환경이 서로 상호작용하면서 자신을 발견하고 성장하는 과정이다. 마치 숲속을 거닐며 나무 둥치를 만져보고 냄새를 맡는 것처럼, 환경과 하나가 되어 체험하는 순수한 행위다. 이 접촉을 통해 우리는 환경에 있는 좋은 자원들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자기'를 만들 수 있다.
접촉은 유기체와 환경이 만나고 헤어지는 과정이 끊임없이 반복되는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고객은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을 풀고, 스스로 변화하며 성장한다. 코치는 고객이 지금-여기에서 자신의 감정, 욕구, 신체 감각과 진정으로 만나도록 촉진해야 한다. 코치는 이 접촉의 순환이 자연스럽게 일어나도록 안전한 공간을 제공하고, 고객이 회피하는 접촉을 알아차리도록 돕는다.
자기, 고정되지 않은 유동적 존재
많은 고객들이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야"라고 말하며 자신을 고정된 존재로 규정한다. 그러나 게슈탈트 관점에서 자기는 내 몸 안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자기는 나와 환경이 교류하는 것을 지휘하고 통괄하는 유동적인 체계다. 내가 배고플 때 밥을 먹고 싶은 욕구와 주변 환경의 조건을 모두 고려해서 그때그때 반응하는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펄스는 자기를 유기체의 일부분이 아니라, 나를 포함하는 '장'의 기능으로 이해했다. 즉, 자기는 고립된 존재가 아니라, 환경과의 끊임없는 교류 속에서 비로소 생겨나는 존재다. 자기는 내가 환경에 잘 적응하고 성장하도록 이끌어주는 주체이며, 새로운 경험을 받아들이고 조정하는 창조적인 기능을 갖고 있다. 코치는 고객이 자신을 고정된 정체성으로 규정하는 것에서 벗어나, 상황과 관계에 따라 유연하게 반응할 수 있는 존재임을 자각하도록 돕는다.
흥분, 변화를 일으키는 원동력
코칭에서 고객이 "의욕이 없어요", "무기력해요"라고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흥분 에너지가 억압되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어떤 매력적인 목표를 발견했을 때, 그것을 향해 다가가고 싶어 하는 에너지가 생긴다. 그것이 바로 게슈탈트에서 말하는 흥분이다. 흥분은 우리 생명체를 움직이는 활성 에너지이며, 접촉 행동을 하기 위해 감각기관과 운동기관에 투여되는 힘이다.
흥분은 접촉을 가능하게 하는 가장 중요한 원동력이며, 새로운 것을 만나고 변화를 가져오는 핵심 요소다. 만약 이 흥분 에너지가 억압되면 삶의 활기를 잃고 무미건조해지며 정체된다. 그래서 코칭에서는 억압된 흥분 에너지를 다시 발견하고 사용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 코치는 고객의 억압된 흥분 에너지를 발견하고, 그것이 구체적인 행동으로 전환되도록 촉진한다. "지금 이 순간 가장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몸에서 어떤 느낌이 일어나는가?" 같은 질문이 효과적이다.
접촉경계, 나와 세상의 만남터
접촉경계는 나와 환경이 만나는 바로 그 장소다. 심리적인 모든 사건이 이 경계에서 일어난다. 이 경계는 유기체와 환경을 완전히 분리시키지 않으면서도, 동시에 서로 만날 수 있게 해주는 '반투과성 막'과 같다. 마치 세포막처럼, 나에게 유익한 것은 받아들이고 해로운 것은 차단하는 기능을 한다.
코칭에서 고객의 문제는 대부분 이 접촉경계에서 일어난다. 이 경계에서 우리는 환경과 상호작용하며 성장하고 변화한다. 예를 들어, 환경에 접근할지, 회피할지, 아니면 환경의 일부를 동화시킬지 결정하는 작용이 모두 이 경계에서 일어난다. 우리가 느끼는 '체험'이라는 것도 바로 이 접촉경계의 기능이라고 할 수 있다. 심리적으로 진짜 존재하는 것들은 이 접촉경계를 통해 발견된다. 코치는 고객이 자신의 접촉경계가 지나치게 개방되어 있는지, 아니면 지나치게 폐쇄되어 있는지 알아차리도록 돕는다.
나-경계, 내가 인정하는 나의 범위
접촉경계 중에서도 특히 중요한 것이 바로 나-경계다. 이것은 내가 '나 자신의 부분'이라고 인정하고 지각하는 범위다. 이 경계는 우리가 살아온 배경과 경험에 따라 형성된다. 어떤 사람은 신체적인 경계가 좁고, 어떤 사람은 감정 표현의 경계가 좁을 수 있다.
나-경계는 우리가 누구와 접촉할지, 어떤 대상을 고를지에 영향을 미친다. 만약 나-경계가 너무 좁으면 개체가 체험할 수 있는 영역이 줄어든다. 새로운 경험에 도전하지 못하고, 삶의 활기를 잃으며 심리적인 어려움을 겪는다. 예를 들어, 자신의 약한 모습을 남에게 보이는 것을 나-경계를 벗어나는 행동이라고 생각하여 피하는 사람도 있다. 원활한 성장을 위해서는 이 나-경계를 넓히는 것이 필요하다. 나-경계가 확장되면 '내 자신이 물리적으로 확장된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코칭의 중요한 목표 중 하나는 이 나-경계를 확장하는 것이다.
지지, 스스로 설 수 있는 힘
우리가 접촉 행동을 계속하고, 유지하고,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힘이 필요하다. 이 힘을 얻는 작업을 바로 지지라고 부른다. 어떤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튼튼하게 받쳐주는 뒷받침을 의미한다. 지지에는 크게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첫째는 환경적 지지다. 가족, 친구, 학교, 사회단체 등 외부에서 제공되는 물적, 인적 도움을 말한다. 둘째는 자기 지지다. 이것은 내가 스스로 갖추고 있는 지식, 기술, 가치관 같은 자기보존 체계와, 어려운 상황에 머물러 견뎌낼 수 있는 능력을 뜻한다.
코칭에서는 외부의 환경적 지지보다 스스로 견뎌내는 개인적 자기 지지를 더 중요하게 본다. 두려운 상황을 피하지 않고 그 자리에 머물러 견뎌내는 행동이 바로 자기 지지다. 코치는 고객에게 해결책을 제시하기보다는, 고객이 스스로 어려움을 견디고 해결책을 찾아낼 수 있도록 자기 지지를 강화한다. 외부의 도움에만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설 수 있을 때, 진짜 성장이 일어난다.
불안, 미래에서 현재로 돌아오기
우리가 어떤 목표를 향해 다가가려는 흥분 에너지가 있는데, 이것이 행동으로 바뀌지 못하고 억제될 때 불안으로 변한다. 펄스는 불안을 '미래에 일어날 사건을 미리 앞당겨 상상함으로써 생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즉, 현재의 현실과 접촉하지 못하고 미래에 대한 걱정에 빠져 있을 때 불안이 생기는 것이다.
불안을 없애는 가장 좋은 방법은 현재의 현실과 접촉하는 것이다. 심호흡을 하는 것이 아주 좋은 방법이다. 호흡을 멈추면 현재와 접촉할 수 없지만, 심호흡을 하면 긴장이 풀리고 흥분 에너지를 현실과의 접촉에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불안은 미래를 떠나 현재로 돌아오라는 신호와 같다. 코치는 고객이 미래에 대한 걱정에서 벗어나 지금-여기의 현실로 돌아오도록 돕는다. "지금 이 순간, 당신의 몸에서는 무엇이 느껴지는가?", "지금 할 수 있는 가장 작은 행동은 무엇인가?" 같은 질문이 효과적이다.
대화적 관계, 진정한 만남이 변화를 만든다
게슈탈트 치료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관계는 대화적 관계다. 이 관계는 서로의 경계를 존중하면서도 마음을 열고 개방함으로써 서로를 보살피고 치유하며 함께 성장하는 관계다. 부부, 친구, 치료자와 내담자 등 모든 인간관계에서 가능하다. 코칭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코치와 고객 사이의 이러한 대화적 관계다.
이 관계에서는 상대방을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대하는 독립적인 인격, 즉 '너'로 대해야 한다. 대화할 때는 내용보다는 과정에 주목한다. 상대방의 말이나 행동을 분석하거나 평가하기보다는, 공감하고 확인하며 지지하는 형태로 반응이 이루어진다. 게슈탈트 치료자는 자신의 솔직한 감정이나 혼란스러움까지도 내담자에게 개방함으로써 진실한 관계를 형성하려고 노력한다. 코치는 자신의 솔직한 감정이나 혼란스러움까지도 고객에게 개방함으로써 진실한 관계를 형성한다. 완벽한 전문가의 모습이 아닌, 진실한 인간으로서의 만남이 변화를 가져온다.
유기체-환경 장, 나는 관계 속에 존재한다
게슈탈트 치료는 우리를 고립된 존재로 보지 않는다. 우리는 항상 환경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 속에 있다고 본다. 이것을 유기체-환경 장이라고 부른다. 접촉을 이해하려면 나와 환경을 따로따로 생각하기보다는, 이 둘을 포함하는 전체 장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
접촉은 나와 환경 사이에 이미 존재하는 무엇이 아니라, 오히려 둘 사이의 관계를 규정하는 경험적인 조건이다. 마치 물고기와 물이 서로 별개이지만, 접촉을 통해 비로소 각자의 존재 의미가 드러나는 것과 같다. 우리가 동기를 형성하고 현실에 성공적으로 적응하는 것을 볼 때, 이 유기체-환경 장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가장 직접적인 증거가 된다. 우리의 모든 행동은 항상 이 장의 차원에서 환경과의 관계를 이루고 있다. 코치는 고객의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만 보지 않고, 고객이 속한 환경과의 관계 속에서 이해한다.
코칭에의 적용
게슈탈트 심리치료의 9가지 핵심 키워드는 모두 서로 연결되어 있다. 접촉을 통해 자기가 만들어지고, 흥분 에너지가 접촉경계에서 작용하며, 나-경계가 확장되고, 지지를 통해 성장한다. 불안을 현재로의 접촉으로 해소하고, 대화적 관계 속에서 치유되며, 유기체-환경 장의 관점에서 세상과 하나됨을 경험한다.
진정한 코칭은 단순히 목표를 달성하도록 돕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고객이 자신의 내면과 진정으로 접촉하고, 억압된 에너지를 발견하며, 나-경계를 확장하고, 자기 지지를 강화하며, 현재와의 접촉을 통해 불안을 해소하고, 대화적 관계 속에서 성장하며, 환경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을 새롭게 발견하는 여정이다. 코치는 이 여정의 동반자이자 촉진자로서, 고객이 진정한 자기를 만나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 키워드들을 이해하고 코칭 현장에 적용한다면, 고객은 더 풍요롭고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이 순간, 당신의 고객은 어떤 접촉을 하고 있는가?
성찰 질문
1. 지금 이 순간, 당신이 회피하고 있는 접촉은 무엇인가?
2. 당신의 나-경계를 확장하기 위해 오늘 시도해볼 수 있는 작은 행동은 무엇인가?
참고문헌
김정규 (2015). 게슈탈트 심리치료(2판): 창조적 삶과 성장. 학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