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대비에서 배우는 코칭의 지혜
황현호 원장
국제코치훈련원 원장
한국부부행복코칭센터 원장
아주대학교경영대학원 겸임교수
광운대학교교육대학원 겸임교수
숭실사이버대학교 겸임교수
전, ICF코리아챕터 회장
기후 변화로 산불의 빈도와 강도가 증가하면서, 지역사회는 예측 불가능한 재난에 대비해야 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미국 전국도시연맹(NLC)과 ICF(코칭 전문 기관이 아닌 공공정책 및 재난관리 전문 컨설팅사)가 최근 발표한 산불 대비 툴킷은 지방 정부가 제한된 자원으로도 실행 가능한 전략을 제시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 툴킷의 핵심 원칙이 코칭 현장에도 그대로 적용된다는 사실이다. 위험 평가, 사전 대비, 신속한 대응, 회복과 자원 확보라는 네 가지 축은 고객의 삶에서 탄력성을 키우는 코칭 프레임워크로 활용될 수 있다.
위험 평가: 보이지 않는 것을 보게 하는 코칭
산불 대비의 첫 단계는 현재와 미래의 위험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다. 이는 코칭에서 자기 인식과 정확히 일치한다. 고객들은 종종 눈앞의 증상에만 집중하고, 근본적인 취약점을 간과한다. 경력 불안, 관계 갈등, 소진의 징후들이 이미 나타나고 있지만, 바쁜 일상 속에서 이를 직시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코치의 역할은 고객이 자신의 '산불 위험 지역'을 인식하도록 돕는 것이다. "지금 당신 삶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은 어디인가?"라는 질문은 추상적 걱정을 구체적 위험으로 전환시킨다. 건강, 재정, 관계, 커리어 각 영역에서 잠재적 리스크를 점검하고, 그 중 어디에 우선적으로 투자해야 하는지 명확히 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는 단순한 문제 파악이 아니라, 고객이 자신의 삶을 전략적으로 바라보는 관점의 전환이다.
사전 대비: 평화로울 때 준비하는 지혜
툴킷이 강조하는 건축 규제 강화, 토지 관리, 주민 교육은 모두 위기 이전의 투자다. 문제가 터지기 전에 구조를 튼튼히 하고, 대응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코칭에서도 마찬가지다. 고객이 위기에 처했을 때 찾아오는 경우가 많지만, 진정한 탄력성은 평온한 시기에 만들어진다.
첫째, 역량 개발이다. 고객과 함께 '역량 인벤토리'를 만들고,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구체적 계획을 세운다. 새로운 기술 습득, 네트워킹 확대, 멘토 관계 구축 등이 포함된다. 둘째, 지원 시스템 구축이다. 위기 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사람들, 정보와 자원에 접근할 수 있는 채널을 미리 확보한다. 셋째, 예방적 루틴 확립이다. 건강 관리, 재정 버퍼 마련, 정기적 성찰 시간 확보 등 일상의 작은 습관들이 큰 위기를 예방한다.
코치는 고객에게 "지금 당장은 급하지 않지만, 장기적으로 중요한 일"에 투자하도록 격려해야 한다. 이는 단기 성과에 집중하는 현대 사회에서 쉽지 않은 일이지만, 진정한 변화는 여기서 시작된다.
신속한 대응: 결정적 순간의 실행력
산불 대비에서 경보 시스템과 대피 계획은 빠른 행동을 가능하게 하는 인프라다. 위기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망설임과 의사결정 지연이 피해를 키운다. 코칭에서도 고객의 실행력을 키우는 것이 핵심이다.
많은 고객들이 '분석 마비'에 빠진다. 완벽한 정보, 완벽한 계획을 기다리며 행동을 미룬다. 코치는 고객이 불완전한 상황에서도 결정하고 움직이는 근육을 키우도록 도와야 한다.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이렇게 행동한다"는 사전 합의를 만들어두는 것도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주요 프로젝트가 무산됐을 때, 건강 이상 신호가 나타났을 때, 핵심 관계에 균열이 생겼을 때 어떻게 대응할지 미리 시뮬레이션해본다.
실행력은 작은 결정들을 빠르게 내리는 연습을 통해 키워진다. 코칭 세션에서 고객이 "한번 생각해보고 다음 시간에 말씀드릴게요"라고 할 때, "지금 이 순간 직관이 말하는 것은 무엇인가?"라고 물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80% 확신에서 움직이는 훈련이 필요하다.
회복과 자원 확보: 다시 일어서는 힘
툴킷은 산불 이후의 회복 과정을 다차원적으로 다룬다. 피해 조사, 인프라 복구, 정신 건강 지원, 그리고 재정 확보까지. 코칭에서도 고객이 실패나 좌절 이후 회복하는 과정을 세심하게 지원해야 한다.
회복탄력성은 단순히 원래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다. 위기를 통해 배우고, 더 강해지는 것이다. 코치는 고객이 어려움을 겪을 때 다음을 탐색하도록 돕는다.
첫째, 무엇이 실제로 일어났는가? 감정과 사실을 분리해 객관적으로 본다.
둘째, 이 경험에서 무엇을 배웠는가? 실패는 가장 강력한 교사다.
셋째, 다음번에는 무엇을 다르게 할 것인가? 배움을 행동으로 전환한다.
자원 확보도 중요하다. 재정적 버퍼는 물론이고, 지식, 인맥, 정보 접근성 등 다양한 형태의 자원을 축적하도록 격려한다. 코치 자신도 고객에게 하나의 자원이 될 수 있다. 위기 시 연락할 수 있는 안전한 공간, 판단 없이 들어주는 존재로서 말이다.
코칭 세션에서의 실천
이 프레임워크를 코칭 세션에서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당신의 삶에서 산불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한다. 이 질문은 고객의 불안을 구체화하고, 다룰 수 있는 형태로 만든다. 그리고 순차적으로 탐색한다.
평가 단계에서는 "그 위험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얼마나 되는가? 영향은 어느 정도일까?"를 함께 본다. 준비 단계에서는 "지금부터 무엇을 준비할 수 있는가?"를 구체화한다. 대응 단계에서는 "그 일이 일어나면 첫 24시간 동안 무엇을 할 것인가?"를 시뮬레이션한다. 회복 단계에서는 "최악의 상황 이후 어떻게 다시 일어설 것인가?"를 그려본다.
이 과정에서 코치는 고객이 희생자 의식에서 벗어나 주도적 준비자가 되도록 돕는다. 통제할 수 없는 것에 에너지를 쓰지 않고, 통제할 수 있는 영역에 집중하게 한다. 이것이 바로 탄력성의 핵심이다.
탄력성은 선택이다
산불을 피할 수는 없지만, 피해의 규모는 준비에 달려 있다. 삶의 위기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모든 위험을 제거할 수 없다. 하지만 위험 속에서도 견디고, 회복하고, 더 강해지는 힘을 선택할 수 있다.
코치로서 우리는 고객에게 이 힘을 키워주는 조력자다. 위기를 예측하고, 준비하고, 대응하고, 회복하는 전 과정에서 고객 옆에 서 있는 존재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것이 추상적 개념이 아니라 구체적 행동으로 이어지도록 돕는 것이다.
오늘, 당신의 고객은 어떤 '방화선'을 치고 있는가? 그리고 당신은 코치로서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가?
성찰 질문
1. 내 고객들이 가장 자주 직면하는 '산불'은 무엇이며, 나는 그들의 사전 대비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돕고 있는가?
2. 나 자신의 삶과 코칭 실천에서 가장 취약한 지점은 어디이며, 그것을 강화하기 위해 오늘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참고문헌
New Toolkit Guides Communities in Building Resilience to Wildfires, National League of Cities, 2025년 10월 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