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살아가는 법
황현호 원장
국제코치훈련원 원장
한국부부행복코칭센터 원장
아주대학교경영대학원 겸임교수
광운대학교교육대학원 겸임교수
숭실사이버대학교 겸임교수
전, ICF코리아챕터 회장
오랜 코칭 경험 속에서 가장 자주 듣는 고민이 있다. "감정을 조절하고 싶은데 잘 안 돼요", "화가 나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불안할 때마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요." 이런 호소를 들을 때마다 마음이 아프면서도, 동시에 희망을 품게 된다. 왜냐하면 감정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조절 가능하고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신경과학자 리사 펠드먼 베럿의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를 읽으면서, 코칭 현장에서 경험했던 많은 것들이 과학적으로 설명되는 것을 발견했다. 베럿은 우리가 감정에 대해 갖고 있던 기존의 믿음을 완전히 뒤바꾸는 놀라운 사실을 알려준다.
감정은 단순히 우리에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뇌가 환경과 신체 예산에 기반하여 구성하는 개념적 경험"이라고 그녀는 설명한다. 이는 곧 우리가 감정의 피해자가 아니라 감정의 창조자라는 의미다. 이 글을 통해 베럿의 과학적 통찰을 코칭의 관점에서 나누고 싶다.
첫 번째 선물: 신체 예산이라는 새로운 관점
베럿이 제시하는 첫 번째 통찰은 '신체 예산'이다. 코칭을 하다 보면 감정 조절에 어려움을 겪는 고객들 대부분이 기본적인 생활 리듬이 깨져 있음을 발견한다. 잠을 제대로 못 자고, 불규칙하게 먹고, 운동은 전혀 하지 않는다.
베럿은 이를 과학적으로 설명한다. "현대 문화는 신체 예산을 엉망으로 만들도록 설계되어 있다"며, 정크푸드, 만성적 수면부족, 소셜미디어의 끊임없는 자극이 우리의 감정 조절 능력을 떨어뜨린다고 말한다. 그녀는 "뇌의 예측이 신체의 실제 수요와 만성적으로 부조화하게 되면 회복하기 쉽지 않으며, 만성적으로 기분이 비참하게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하지만 여기에 희망이 있다. 베럿은 "충분히 자고, 건강하게 먹고,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것이 신체 예산 관리의 기본"이라고 강조하며, 이것이 "과학적으로 정서적 건강을 위한 필수 조건"이라고 말한다.
코칭 현장에서도 이는 확실히 검증된다. 기본적인 생활 습관을 먼저 정리한 고객들이 감정 조절에서 훨씬 더 큰 진전을 보인다. 거창한 심리 기법보다 충분한 수면과 규칙적인 식사, 적절한 운동이 감정의 주인이 되는 첫 걸음이다.
베럿은 또한 환경의 중요성도 강조한다. "자연광이 풍부하고 초목과 흙이 도움을 주는 장소에서 생활하도록 환경을 만들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집을 개조할 여력이 없는 사람도 실내 화초만으로 놀라운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두 번째 선물: 감정 어휘라는 마법의 도구
코칭에서 가장 감동적인 순간 중 하나는 고객이 자신의 감정을 정확히 표현할 수 있게 되는 때다. "그냥 기분이 안 좋아요"라고 말하던 사람이 "실망스럽고, 동시에 조금은 서운하고, 한편으로는 기대감도 있어요"라고 섬세하게 표현하게 될 때의 변화는 놀랍다.
베럿은 이를 '감정 입자도(emotional granularity)'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기분이 더럽다'와 '기분이 좋다'라는 두 가지 감정 개념만 아는 사람은 감성지능이 낮을 수밖에 없다"고 그녀는 지적한다. 반면 "다양한 감정 개념을 아는 사람은 감성지능이 높을 수 있다"고 말한다.
더 놀라운 것은 이것이 단순한 어휘력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베럿에 따르면 "'기분이 좋다'의 의미를 행복한, 만족스러운, 느긋한, 자랑스러운, 감사하는, 기쁜, 희망찬 등과 같이 미세하게 구별할 수 있다면, 뇌는 예측과 지각의 범주화와 감정 대처를 위한 훨씬 더 효과적인 도구를 갖추게 된다."
그리고 이것은 실제로 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 "감정 입자도가 높은 사람들은 병원을 덜 방문하고, 약을 덜 사 먹고, 병에 입원해 있는 기간도 더 짧다"는 연구 결과를 베럿은 제시한다. 이것이 "마술이 아니라 사회적인 것과 신체적인 것의 경계가 꽉 막혀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그녀는 설명한다.
베럿은 감정 어휘를 확장하는 구체적인 방법도 제안한다. "새로운 단어를 많이 학습하고, 모르는 분야의 책을 읽거나 사고를 자극하는 방송을 청취하라"고 조언하며, "'행복한'이라는 단어에 만족하지 말고, '황홀한', '감동적인' 같은 좀 더 구체적인 단어를 찾아 사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그녀가 "자신만의 감정 개념을 발명해보는 것도 좋다"고 제안한다는 점이다. "자신만의 감정 개념에 이름을 붙여 가족과 친구들에게 설명하면, 다른 감정 개념들과 똑같이 공유되며 신체 예산에 혜택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베럿은 말한다.
세 번째 선물: 재범주화라는 강력한 기술
코칭 현장에서 자주 목격하는 놀라운 변화 중 하나는 같은 상황을 다르게 해석하게 되는 순간이다. 면접을 앞두고 "너무 떨려서 망할 것 같아요"라고 하던 고객이 "몸이 각성되고 있어요. 준비가 되고 있다는 신호네요"라고 말하게 될 때, 그 사람의 전체 에너지가 바뀌는 것을 본다.
베럿은 이를 과학적으로 뒷받침한다. "뛰는 심장을 불안으로 해석하는 대신, 당신의 풍부한 개념을 사용하여 다른 방식으로 재범주화할 수 있다"며, "이것을 기대나 설렘일지 모른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그녀는 설명한다.
그리고 이는 실제 성과에도 영향을 미친다. 베럿이 제시하는 연구 결과는 놀랍다. "GRE 같은 시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불안을 신체가 제대로 대처하고 점수를 올릴 수 있는 것으로 재범주화하는 학생들은 그렇지 않은 학생들보다 높은 점수를 얻었다"고 그녀는 말한다.
또한 "공개 연설을 하거나 노래방에서 노래를 할 때도, 불안을 설렘으로 재범주화하는 사람들은 더 뛰어난 능력을 발휘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재범주화를 통해 대학에서 더 나은 능력을 발휘하게 되고, 학위 성적과 최종 학점을 올릴 수 있다는 사실이 증명되었다"고 베럿은 강조한다.
베럿이 제안하는 가장 간단한 재범주화 방법은 "몸을 움직이는 것"이다. "집에서 춤을 추거나 이리저리 움직이고, 음악을 틀어놓고 몸을 움직이거나 산책하는 것이 효과가 있다"며, "이런 움직임은 당신의 경험을 바꾸고, 따라서 예측을 바꾸며, 성가신 다른 신경망이 덜 통제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한다.
네 번째 선물: 자기 해체라는 깊은 지혜
코칭의 궁극적인 목표 중 하나는 고객이 자신의 정체성에 너무 매몰되지 않고 유연하게 살아가게 하는 것이다.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야"라는 고정된 믿음에서 벗어나 "나는 상황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어"라는 자유로운 관점을 갖게 하는 것이다.
베럿은 이를 '자기 해체'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불교도들은 이것을 '자기'는 허구라고 부른다"며, 불교의 관점과 현대 뇌과학의 관점이 놀랍도록 일치한다고 말한다.
베럿에 따르면 "자기는 당신을 정의하는 선별된 기억, 신념, 혐오, 희망, 삶의 선택, 기호와 가치관 등 여러 특성들의 집합"이다. 하지만 "불교에서는 이런 자기를 허구이자 인간이 겪는 괴로움의 근본 원인으로 간주한다"고 그녀는 설명한다.
이는 코칭에서도 매우 중요한 통찰이다. 많은 고객들이 자신의 정체성에 갇혀 고통받는다. "나는 완벽해야 해", "나는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아야 해", "나는 실패하면 안 돼"와 같은 고정된 믿음들이 오히려 괴로움을 만든다.
베럿은 실용적인 방법을 제안한다. 재정 문제나 대인관계 갈등으로 괴로울 때, "나는 정말로 지금 위험에 처해 있는가? 아니면 이러한 상해는 자기의 사회적 실재를 위협하고 있지 않은가?"라고 자문해보라고 조언한다. 그러면 "심장의 두근거림, 배가 꽉 막힌 느낌, 땀에 젖은 이마 등을 순전히 신체적인 감각으로 재범주화하여 걱정, 분노, 낙심 등을 녹여 버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베럿은 또한 경외감의 힘을 강조한다. "자기 해체가 감당하기 벅찰 수도 있을 때, 비교적 간단한 방법은 경외감을 키우고 경험하는 것"이라며, "경외감은 당신보다 엄청나게 더 위대한 무엇의 존재에 대한 느낌으로, 자기로부터 어느 정도 거리를 둘 수 있게 해준다"고 말한다.
그녀는 자신의 경험을 나누며 "로드아일랜드 별장에서 여름 휴가를 즐겼을 때, 귀뚜라미 합창 소리를 통해 경외감을 경험했다"고 한다. "작은 잡초가 보도의 틈을 뚫고 올라오는 것을 보면서, 자연을 문명으로 길들일 수 없다는 점을 깨달으며 나의 하찮음을 편안하게 받아들인다"는 그녀의 말에서 깊은 지혜를 느낄 수 있다.
다섯 번째 선물: 관계 속에서의 감정 소통
코칭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타인과의 관계에서 어떻게 감정을 다루느냐이다. 많은 사람들이 "저 사람이 화났나?"라며 타인의 감정을 읽으려 하지만, 베럿은 이에 대해 전혀 다른 관점을 제시한다.
"당신이 다른 사람의 감정이 어떤지 안다고 생각할 때, 당신은 그저 정동 실재론에 빠져 있는 것"이라고 베럿은 경고한다. 대신 그녀는 "친구의 생각이 틀렸다고 가정하지 말고, '우리의 생각이 다르네'라고 생각하고 친구의 경험에 호기심을 발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녀가 강조하는 것은 "옳은 것보다 호기심을 갖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점이다.
이는 코칭 관계에서도 매우 중요한 원칙이다. 코치가 고객의 감정을 섣불리 판단하거나 해석하려 하기보다는, 진정한 호기심을 갖고 고객의 경험을 탐색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다.
베럿은 또한 우리의 말이 타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강조한다. "'기분이 어때?'라고 묻는 부모는 '속상해?'라고 묻는 것보다 아이의 개념 발달에 영향을 미치고 감정을 연마시킨다"며, "당신의 단어는 사람들의 예측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특히 자녀를 둔 분들에게는 베럿의 조언이 매우 귀중하다. 그녀는 "자녀에게 감정 개념을 가르칠 때, 당신은 자녀를 위한 사회적 실재를 창조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아이는 당신이 건네는 도구를 사용해 자신의 신체 예산을 조절하고, 감각에 의미를 부여하며, 행동하고, 감정을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하며, 다른 사람에게 더 효과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그녀는 말한다.
코치로서의 마음을 담은 실천 제안
베럿의 과학적 통찰들을 바탕으로, 몇 가지 따뜻한 제안을 드리고 싶다.
먼저, 자신에게 너무 엄격하지 마시길 바란다. 베럿도 "이런 새로운 기술들은 어렵고 연마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인정한다. "우리 모두에게는 개인적인 상황과 온갖 종류의 가정 제약과 시간의 숙제가 있다"는 그녀의 말처럼, 완벽을 추구하기보다는 작은 변화부터 시작해보자.
베럿이 제안하는 것처럼 "가장 절실한 사람들도 산책하기나 자기 전에 몇 개념을 찾거나 조합하는 것과 같은 시도할 수 있는 방법들이 있다." 매일 10분씩 산책하기, 잠자리에서 오늘 느꼈던 감정을 3가지 단어로 표현해보기, 불편한 감정이 들 때 "이것은 내 몸에서 일어나는 일이야"라고 말해보기 같은 작은 실천부터 시작해보자.
또한 베럿이 강조하는 것처럼 감정이 우리의 전반적인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기억하자. "감정은 원인이 분명치 않은 만성 우울, 불안과 같은 심신을 약화시키는 각종 질병뿐만 아니라 2형 당뇨병, 심장병, 심지어 대사 장애, 암 등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그녀는 설명한다. 감정을 잘 다루는 것은 단순한 기분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전체적인 웰빙과 연결된 일이다.
베럿의 마지막 메시지가 특히 마음에 남는다. "당신은 신기한 동물이며, 사회적인 것과 신체적인 것을 창조할 수 있는 개념을 가지고 있다"고 그녀는 말한다. "개념을 키우고, 불쾌감을 느낀다면 그 순간을 해체하고 재범주화해야 한다"는 그녀의 조언처럼, 우리는 모두 감정의 창조자로서 살아갈 수 있다.
따뜻한 마무리와 성찰의 시간
이 글을 마무리하며, 여러분께 하나의 확신을 전하고 싶다. 여러분은 이미 충분히 강하고 지혜로운 사람이다. 베럿의 과학적 통찰들은 여러분이 이미 가지고 있는 능력을 더욱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도구일 뿐이다.
감정의 주인이 되는 여정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다 보면, 어느 순간 예전보다 훨씬 자유롭고 평온한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 여정에서 혼자가 아니라는 것, 과학이 우리 편에 있다는 것, 그리고 변화는 언제나 가능하다는 것을 기억해주시길 바란다.
성찰질문
1. 베럿이 제안하는 신체 예산 관리 방법 중에서, 내가 가장 먼저 개선해볼 수 있는 생활 습관은 무엇인가?
2. 최근에 경험한 강한 감정을 베럿의 재범주화 기법으로 다시 해석해본다면, 그 감정을 어떤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을까?
참고문헌
리사 펠드먼 베럿,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