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가 만드는 현실, 코칭으로 바꾸는 인생
황현호 원장
국제코치훈련원 원장
한국부부행복코칭센터 원장
아주대학교경영대학원 겸임교수
광운대학교교육대학원 겸임교수
숭실사이버대학교 겸임교수
전, ICF코리아챕터 회장
코칭 현장에서 수많은 고객들을 만나면서 늘 궁금했던 것이 있다. 똑같은 상황을 경험해도 왜 어떤 사람은 기회로 보고, 다른 사람은 위기로만 볼까? 왜 어떤 고객은 변화를 두려워하고, 또 다른 고객은 설레어할까? 최근 뇌과학 연구가 이런 궁금증에 명쾌한 답을 주고 있다. 우리가 보는 현실은 '있는 그대로'가 아니라, 우리 뇌가 끊임없이 예측하고 구성해서 만들어낸 결과라는 것이다.
우리 뇌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과거의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지금 이 순간 들어오는 감각 정보들을 예측하고, 그 예측에 따라 세상을 재구성한다. 코칭 세션에서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난다. 고객이 "상사가 저를 싫어해요"라고 말하면서, 실제로는 상사의 표정이나 말투에서 미묘한 신호를 포착해 자신만의 스토리를 만들어낸 경우 말이다. 마치 숲에서 나뭇잎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들었을 때, 뇌가 즉시 '뱀'을 연상하며 몸을 긴장시키는 것과 같다. 뇌가 한번 세운 예측은 꽤 고집이 세서 잘 바뀌지 않는다. 뱀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어도, 몸의 평온을 되찾기까지는 시간이 걸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우리가 느끼는 감정마저도 뇌의 예측 결과라는 것이다. "제가 너무 감정적이에요. 어떻게 하면 감정을 조절할 수 있을까요?"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나는 고객에게 감정의 진짜 정체를 설명해 드린다. 감정은 심장이나 몸에서 직접 오는 것이 아니다. 뇌의 내수용 신경망에서 일어나는 예측의 결과다. 예를 들어, 중요한 프레젠테이션을 앞두고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낄 때, 뇌는 이미 '위험한 상황'이라고 예측하고 있는 것이다. 이 예측이 바로 우리가 느끼는 불안감의 정체다. 우리의 뇌는 우리가 믿는 것을 느끼게 만들고, 우리가 믿는 것을 보게 만든다.
코칭에서 가장 어려운 순간은 고객이 변화를 거부할 때다. 논리적으로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계속 기존 방식을 고집하는 경우가 있다. 뇌의 신체 예산관리 부위는 마치 고집불통 과학자 같다. 한번 세운 예측은 좀처럼 바꾸려 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우리가 배가 부른데도 계속 음식을 먹으려 하거나, 마라톤 선수들이 에너지가 바닥났는데도 피로감을 무시하고 계속 달리는 경우가 있다. 뇌의 신체 예산관리 부위는 이전에 예측했던 에너지 수요가 발생하지 않았음에도 오랫동안 그 예측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생존을 위한 뇌의 보호 메커니즘이지만, 성장과 변화에는 걸림돌이 된다.
코칭을 할 때 자주 듣는 말이 있다. "감정을 배제하고 합리적으로 판단하겠습니다." 하지만 신경과학은 이것이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경제학에서 오랫동안 '합리적 경제인'이라는 개념이 중요하게 다뤄져 왔지만, 뇌과학의 관점에서 볼 때 이런 모델은 허구에 가깝다. 우리의 뇌는 내수용 예측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결코 완벽하게 합리적인 행위자가 될 수 없다. 뇌의 신체 예산관리 부위, 즉 감정을 담당하는 부위는 시끄러운 메가폰을 든 우두머리처럼 행동하며, 다른 감각 부위보다 훨씬 강력한 발언권을 가지고 있다. 신경학자 안토니오 다마지오의 연구에 따르면, 감정이 없다면 지혜도 없다. 감정을 잃은 환자들은 마치 운전석이 빈 자동차처럼 제대로 된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우리 뇌는 단순히 감각 정보를 받아들이는 것을 넘어, 그것을 '개념'을 통해 범주화한다. "저는 실패했습니다." 고객이 이렇게 말할 때, 나는 항상 되묻는다. "실패의 기준이 무엇인가요?" 무지개에 실제로는 줄무늬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무지개는 빨강부터 보라까지 연속적인 파장의 빛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명확한 경계선이 없다. 그런데도 우리가 무지개를 '빨강', '주황', '노랑' 등으로 구분해서 보는 이유는 바로 뇌가 '색깔'이라는 개념을 사용해 연속적인 스펙트럼을 범주화하기 때문이다. '성공'과 '실패', '좋은 리더'와 '나쁜 리더', '능력 있는 사람'과 '능력 없는 사람' - 이 모든 것이 우리 뇌가 만든 개념적 범주들이다.
뇌는 '원형'을 통해 개념을 형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정보를 범주화한다. '좋은 리더'의 원형을 떠올려 보자. 카리스마 넘치고 결단력 있는 모습이 떠오르는가? 하지만 실제로는 공감하고 경청하는 리더가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새'의 원형을 생각해보면, 보통 깃털과 날개를 가지고 날 수 있는 동물을 떠올린다. 하지만 타조처럼 날개가 있어도 날지 못하는 새도 여전히 '새'로 인식한다. 이는 뇌가 '새'의 가장 대표적인 특징, 즉 원형과 어느 정도 차이가 나더라도 같은 범주로 인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뇌는 상황과 목표에 따라 가장 적합한 개념의 사례들을 즉석에서 구성해내는 놀라운 능력을 가지고 있다.
결국 우리가 경험하는 모든 지각, 사고, 기억, 그리고 감정은 뇌의 예측과 개념을 통해 구성된 결과다. 우리는 '있는 그대로'의 세상이 아니라, 우리 뇌가 만들어낸 '우리만의 현실'에서 살고 있다. 뇌는 물리적인 감각 입력을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규칙성을 찾아내어 빠진 부분을 채우고 예측하며, 우리가 혼란스러워하지 않도록 세상을 하나의 의미 있는 사건으로 구성해낸다. 당신이 경험하는 생생하고 직접적인 지각은 실제 외부 세계의 모습이라고 믿겠지만, 사실 그 대부분은 당신의 머릿속에서, 즉 뇌 안에서 시작된다.
이것이 코칭이 강력한 이유다. 우리는 고객과 함께 새로운 예측 패턴을 만들고, 더 유용한 개념들을 구성하며, 확장된 원형을 통해 가능성의 지평을 넓힐 수 있다. 코칭에서 "지금 느끼는 감정이 실제 상황을 얼마나 정확히 반영한다고 생각하세요?"라고 질문하는 것은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다. 이는 고객의 뇌가 만들어낸 예측과 실제 사실을 구분하게 하는 강력한 개입이다. "만약 이 상황을 다르게 해석한다면 어떤 감정이 생길까요?"라는 질문을 통해 우리는 고객의 현실 구성 방식을 바꿀 수 있다.
작은 성공 경험을 통해 새로운 예측 패턴을 만들고, 기존 예측의 한계를 안전하게 확인하는 실험을 설계하며, 변화의 이익을 구체적이고 감각적으로 시각화하는 것이 변화 코칭의 핵심 전략이다. 고객이 사용하는 핵심 개념들의 정의를 탐색하고, 기존 개념의 한계점과 가능성을 발견하며, 더 유용하고 건설적인 개념으로 재정의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고객의 현실을 확장할 수 있다.
우리는 모두 자신만의 현실의 창조자다. 코칭은 그 창조 과정을 더욱 의식적이고 건설적으로 만드는 여정이다. 코치로서 우리의 역할은 고객의 현실이 어떻게 구성되는지 이해하고, 제한적인 예측과 개념을 발견하여 확장하며, 새로운 경험을 통해 뇌의 예측 시스템을 업데이트하고, 더 풍부하고 가능성 넘치는 현실을 공동 창조하는 것이다.
성찰 질문
1. 당신이 '사실'이라고 믿고 있는 것 중에서 실제로는 뇌의 예측일 가능성이 있는 것은 무엇인가?
2. 당신의 현재 한계를 정의하고 있는 개념들을 어떻게 재구성할 수 있을까?
참고문헌: 리사 펠드먼 배럿,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