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헛의 자기심리학으로 본 코칭의 진정한 힘
황현호 원장
국제코치훈련원 원장
한국부부행복코칭센터 원장
아주대학교경영대학원 겸임교수
광운대학교교육대학원 겸임교수
숭실사이버대학교 겸임교수
전, ICF코리아챕터 회장
코칭 현장에서 우리는 종종 이런 질문을 마주한다. "왜 어떤 코칭은 극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고, 어떤 코칭은 표면적인 변화에 그칠까?" 하인츠 코헛의 자기심리학은 이 질문에 대한 깊이 있는 답을 제시한다.
해석이 아닌 공감이 변화를 만든다
전통적인 도움 전문 접근법은 문제를 분석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해석 중심'의 방법에 의존해왔다. 하지만 코헛이 정신분석 현장에서 발견한 것처럼, 진정한 변화는 '공감적 관계'에서 시작된다.
코헛은 공감을 "다른 사람의 내면으로 들어가 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느끼는 능력"으로 정의했다. 이는 단순한 동정이나 위로가 아니라, 코칭 고객의 주관적인 세계에 몰입하여 그들의 경험을 마치 자신의 것처럼 느껴보는 과학적인 방법론이다.
코치가 이런 공감적 태도를 보일 때, 고객은 자신이 깊이 이해받고 있다고 느끼고 마음의 문을 열게 된다. 이때 비로소 진정한 변화의 토양이 마련되는 것이다.
자기(Self)를 회복하는 것이 진정한 성장이다
코헛의 자기심리학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은 '자기(Self)'다. 건강한 자기는 단단하고 조화로운 '응집력 있는 자기'로, 이런 사람은 삶의 어려움에도 쉽게 무너지지 않고 자신의 꿈과 이상을 향해 나아갈 힘이 있다.
반대로 어릴 때 충분한 이해와 공감을 받지 못하면 자기는 여러 조각으로 흩어진 '파편화된 자기'가 된다. 사소한 비판에도 자존감이 무너지고, 이유 없이 공허하거나 우울해지며, 심하면 자신이 산산조각 나는 듯한 불안을 느끼게 된다.
코칭의 궁극적 목표는 바로 이 '파편화된 자기'를 '응집력 있는 자기'로 회복시키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기술을 가르치거나 목표를 달성하도록 돕는 것을 넘어선다.
세 가지 자기대상 욕구를 이해하라
코헛은 건강한 자기를 만드는 데 필수적인 세 가지 자기대상 욕구를 제시했다. 코치는 이 욕구들을 깊이 이해해야 한다.
거울 자기대상: 고객이 자신의 능력이나 가치를 드러낼 때, 코치가 진심으로 인정하고 칭찬해 주는 것이다. 이를 통해 건강한 자신감과 현실적인 야망을 키울 수 있다.
이상화 자기대상: 고객이 코치를 존경하고 신뢰할 수 있는 대상으로 여기면서 안전함과 힘을 얻는 것이다. 이를 통해 확고한 내면의 가치관과 이상을 형성하게 된다.
쌍둥이 자기대상: 코치와 고객이 본질적으로 같거나 비슷한 경험을 공유하며 소속감과 동질감을 느끼는 것이다. 이를 통해 건강한 사회성을 키우게 된다.
효과적인 코치는 상황에 따라 이 세 가지 자기대상 역할을 유연하게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최적의 좌절을 통한 성장
흥미롭게도 코헛은 성장을 위해서는 '좌절'이 필요하다고 했다. 다만 이는 아무런 좌절이 아니라 '최적의 좌절'이어야 한다.
코칭에서도 마찬가지다. 코치가 고객의 모든 욕구를 완벽하게 채워준다면, 그들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마음을 다스리는 법을 배울 기회가 없다. 대신 적절한 수준의 도전과 좌절을 경험하게 하고, 이를 통해 자신만의 내적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코치의 작은 실수나 한계 상황도 '최적의 좌절'이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런 순간에 고객의 실망이나 분노를 비난하지 않고 깊이 이해해주는 것이다. 이를 통해 '단절과 회복'의 과정에서 진정한 성장이 일어나게 된다.
자기애적 상처를 이해하라
현대 사회에서 많은 사람들이 자기애적 상처로 고통받고 있다. 겉으로는 자신감 넘치고 성공지향적으로 보이지만, 내면에는 깊은 공허함과 무가치감을 안고 있는 경우가 많다.
코헛의 관점에서 보면, 이런 행동들은 도덕적으로 비난할 일이 아니라 언제 부서질지 모르는 깨지기 쉬운 자기를 지키려는 생존 전략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효과적인 코치는 고객의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지 않는다. 대신 그 방어막 뒤에 숨겨진 상처받은 자기를 공감적으로 이해하고, 어릴 때 받지 못했던 자기대상 경험을 새롭게 제공하는 데 집중한다.
관계를 통한 치유와 성장
코헛의 가장 중요한 통찰은 인간이 본질적으로 '관계적 존재'라는 점이다.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다른 사람의 심리적 기능에 기대어 살아가야만 온전한 '나'가 될 수 있다.
이는 코칭 관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진정한 변화는 코치와 고객 사이의 살아있는 관계 속에서 일어난다. 코치의 공감적 이해와 진정성 있는 관심이 고객의 상처받은 자기를 치유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는 것이다.
코칭의 새로운 패러다임
하인츠 코헛의 자기심리학은 코칭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코칭의 핵심은 문제를 해결하거나 목표를 달성하는 것을 넘어서, 고객의 '자기'를 회복하고 강화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코치의 공감적 이해와 진정성 있는 관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코치가 적절한 자기대상 역할을 수행하고, 최적의 좌절을 통해 성장의 기회를 제공할 때, 고객은 비로소 응집력 있는 자기를 회복하고 진정한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
현대 사회에서 공허함과 무의미함으로 힘들어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코헛의 자기심리학은 코칭을 통한 희망적인 치유의 길을 제시하고 있다.
성찰 질문
- 코칭에서 '해석'에 집중하고 있는가, 아니면 '공감적 관계'에 집중하고 있는가?
- 고객의 어떤 자기대상 욕구(거울, 이상화, 쌍둥이)가 가장 충족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가?
참고문헌: 하인즈 코헛의 자기 심리학_이론, 임상, 그리고 현대적 의의에 대한 심층 연구, 황현호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