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갈등, 해결이 아닌 현명한 관리가 답이다
반복되는 부부 갈등의 진실
코칭룸을 찾는 많은 부부들이 공통적으로 호소하는 것이 있습니다. "같은 문제로 계속 싸우고 있어요", "아무리 대화해도 해결이 안 돼요"라는 절망적인 말들입니다. 이런 분들께 저는 먼저 이 사실을 알려드립니다. 부부 갈등 전문가 존 가트맨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부부 문제의 69%가 '영속적 갈등'이라는 것입니다.
영속적 갈등이란 성격 차이, 어린 시절의 상처, 가치관의 차이 등으로 인해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갈등을 의미합니다. 이는 아무리 대화하고 노력해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갈등으로, 많은 부부들이 이 사실을 모른 채 무리하게 해결하려다 더 큰 상처를 입게 됩니다.
25년간 가방 때문에 싸운 부부의 교훈
결혼 25년 차 대기업 CEO 부부는 남편이 계속 가방을 사오는 문제로 이혼 직전까지 갔습니다. 93평 집 곳곳에 쌓인 가방들, 아내가 버린 가방을 남편이 다시 주워오는 일의 반복. 겉으로는 단순한 물건 문제처럼 보였지만, 그 속에는 두 사람의 깊은 상처와 꿈이 담겨 있었습니다.
남편에게 가방은 단순한 물건이 아니었습니다. 찢어지게 가난했던 어린 시절, 누더기 책가방을 들고 소풍을 가야 했던 아픈 기억. 명문 고등학교에서 좋은 가방을 든 친구들을 보며 품었던 "내가 성공하면..."이라는 다짐. 그에게 가방은 성공과 성취의 상징이었습니다.
반면 아내에게 가방은 전혀 다른 의미였습니다. 돈밖에 모르는 아버지 밑에서 자란 그녀는 남편이 아이들 장난감은 사오지 않고 자신의 가방만 사오는 모습에서 아버지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가방은 남편의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성격을 상징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나 전달법'으로 마음의 문을 열다
이 부부의 갈등은 '나 전달법'을 통해 전환점을 맞았습니다. 남편이 "너는 가난이 뭔지도 모르지?"라는 비난 대신 "난 어릴 때 너무 가난했어. 점심시간에 맹물을 마셨어..."라고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놓았을 때, 아내는 비로소 남편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나 전달법'의 핵심은 상대방을 공격하지 않고 자신의 감정과 경험을 진솔하게 표현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방어벽을 허물고 진정한 소통의 문을 열 수 있습니다.
갈등 관리를 위한 '두 타원 연습'
영속적 갈등을 다루는 실용적인 방법으로 '두 타원 연습'을 제안합니다. 큰 타원 안에 작은 타원을 그리고, 작은 타원에는 "절대 양보할 수 없는" 핵심 가치를, 큰 타원에는 "어느 정도 타협 가능한" 내용을 적는 것입니다.
이 연습을 통해 부부는 서로의 핵심 가치를 이해하고, 타협 가능한 영역을 찾아갈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작은 타원의 내용을 이야기할 때는 '나 전달법'으로 그 이유를 설명하고, 상대방은 비판 없이 경청하는 것입니다.
변화의 대역설: 받아들임이 변화를 만든다
부부코칭에서 가장 중요한 원리 중 하나는 '변화의 대역설'입니다. 상대방을 변화시키려면 먼저 있는 그대로를 진정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강압적으로 바꾸려 할 때는 더 큰 저항만 만나지만,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고 좋은 점을 봐줄 때 비로소 자발적인 변화가 일어납니다.
유머와 존중으로 갈등 다루기
영속적 갈등은 매우 예민한 주제이기 때문에 유머와 존중을 가지고 부드럽게 다루는 것이 중요합니다. 같은 문제라도 경멸조로 말하면 전쟁이 되지만, 유머러스하게 접근하면 평화로운 해결책을 찾을 수 있습니다.
결국 영속적 갈등을 완전히 해결하려 하기보다는, 그 속에서 평화롭게 공존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현명한 부부의 자세입니다. 문제가 있느냐보다 그 문제를 어떻게 다루느냐가 부부 관계의 질을 결정합니다.
성찰 질문
우리 부부가 반복적으로 겪는 갈등이 있다면, 그 갈등 속에 숨어있는 각자의 깊은 상처나 꿈은 무엇일까요? 나는 평소 배우자와 갈등이 생겼을 때 '너 전달법'과 '나 전달법' 중 어느 것을 더 많이 사용하고 있으며, 앞으로 어떻게 소통 방식을 개선할 수 있을까요?
참고문헌: 최성애박사의행복수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