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칭으로 익어가는 나의 삶
김희진 코치(KPC)
국제코치훈련원 전문위원
한국부부행복코칭센터 전문위원
오사카 부립 센보쿠 고등학교 한국어 교사
사카이 한글학교 한국어 강사
사카이 시립 인권 교류센터 한국어 강사
일본에서 한국어를 가르친 지도 어느덧 시간이 제법 흘렀다. 처음 강단에 섰을 때는 학생들에게 올바른 발음을 알려주고, 문법을 이해시키고, 대화를 원활히 이끌어내는 것이 나의 주된 역할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가르치면 가르칠수록, 수업은 단순한 언어 학습의 자리를 넘어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장(場)’이 되고 있었다.
한국어 프리토킹 시간에는 내가 먼저 학생들에게 묻는다.
“이번 주는 어떻게 지냈어요?”
학생들은 각자 자신의 한 주를 한국어로 이야기한다. 그러고 나면 대화 마지막에 언제나 웃으며 되묻는다.
“선생님은요?”
나는 그때 미소를 지으며 대답한다.
“다음 주 월요일은 코칭 공부로 하루 종일 보낼 예정이에요. 지금 2년 과정에 참여하고 있거든요.”
그러면 학생들의 눈이 반짝인다.
“코칭이요? 그게 어떤 거예요? 저도 한번 경험해 보고 싶어요.”
그 순간, 수업은 한국어 학습에서 자연스럽게 ‘삶을 탐색하는 대화’로 이어졌다. 한 학생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저는 남보다 잘하는 게 하나도 없어요. 늘 뒤처지는 것 같아요.”
나는 잠시 웃으며 코칭 질문을 던졌다.
“지금까지 꾸준히 해 온 일이나 습관 중에서, 스스로 뿌듯한 건 없나요?”
그는 생각에 잠기더니 대답했다.
“사실 저는 한국어 공부를 몇 년째 이어오고 있어요. 또 한 달에 두 번씩 피아노 레슨을 받는데, 바쁘더라도 그 시간을 지켜내고 있네요. 그런데 이게 특별한 건가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꾸준히 학습하고, 또 음악을 즐기며 자기 시간을 지켜내는 건 분명 특별한 일이에요. 많은 사람들이 작심삼일로 끝내는데, ㅇㅇ씨는 계속 이어가고 있잖아요.”
그 순간 그의 표정은 조금 달라졌다.
“생각해 보니, 그건 저만이 할 수 있는 꾸준함이네요. 한국어도, 피아노도… 제가 멈추지 않고 하고 있다는 게 갑자기 자랑스럽게 느껴져요.”
학생의 얼굴에 번진 미소는 언어 실력의 향상보다도 더 큰 성장을 보여 주는 듯했다. 그 표정을 보는 나 역시 마음이 벅찼다.
나는 그때 깨달았다. 한국어 강사로서 내가 전하는 것은 단순히 언어가 아니라, 그 사람의 가능성을 발견하게 해 주는 시선이라는 것을. 교실 안에서 오가는 질문과 대답 속에 코칭이 스며들면서, 학생들은 자신을 새롭게 바라보게 되었고, 나 또한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 ‘함께 성장하는 동반자’로 변화해 가고 있었다.
한국어 교실은 여전히 언어를 배우는 공간이다. 그러나 동시에, 삶을 비추는 작은 거울이 되기도 한다. 언어를 배우며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코칭 대화를 통해 잊고 있던 강점을 발견한다. 그 과정을 지켜보며 나 역시 하루하루가 익어가고 있다.
코칭은 내 삶을 조금 더 단단하게, 조금 더 풍요롭게 만들어 준다. 언어와 사람이 만나고, 가르침과 코칭이 만나서 만들어내는 이 특별한 교실 속에서, 나는 여전히 배우고 자라고 있다.
성찰 질문
1. 남들과 비교하지 않고, 나 답게 잘하고 있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2. 지금까지 꾸준히 해 온 것 중에서, 당신에게 힘을 주는 것은 무엇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