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코치의 ‘말을 위한 기도’ (feat. 이해인 수녀님)
차 예원 코치 (KAC)
국제코치훈련원 전문위원
한국부부행복코칭센터 전문위원
제5기 전문코치훈련아카데미 위원
코칭에 입문한 지 이제 2년이 되었습니다.
나의 주 무대는 우리 집이며, 나의 주요한 고객님들은 모두 같은 성씨를 가지고 있는, 아직은 방구석 코치이지만….
주변 이웃들을 만나거나, 친한 학부모 모임에서 대화를 나눌 때, 나름 배운 여자답게 코칭 대화법으로 경청하며, 질문하고, 수용하며, 임파워 하는 대화를 나누려고 합니다. 코칭 고객으로 계약서 쓰고 만난 것이 아니니, 일반대화 속에 코칭을 자연스레 녹여 보급형 코칭 대화를 시도합니다.
일반대화 속에 은근슬쩍, 자연스레 껴들어 간 코칭 대화는 생각보다 파워풀했나 봅니다. 대화를 나눌 당시에는 그저 “아, 몰라~” 로 넘어갔던 질문들이 가슴속에서 맴돌았는지, 시간이 흐른 후 결국 대답을 들려주는 예도 있었습니다. 또는 대화 속에서 축하를 건네주었는데, 이런 일로 축하해주는 사람 처음 봤다며 어색해하다가, 시간이 지나고 축하받을 일이었는지 몰랐는데 축하를 받아서 얼떨떨 기분 좋았다고 합니다. 잘 듣고 헤아려서 당신의 의도나 감정이 이랬을 것 같다고 표현해주니, 맞아 맞아, 어떻게 알았느냐고, 마음을 더 열어서 깊은 이야기를 더 나누어 줍니다.
이렇듯, 각잡고 앉아서 비언어까지 캐치하며 역량을 발휘하는 전문코치로서의 활동은 아직 시작 못 했지만, 이웃들과 나누었던 은근슬쩍 껴들어 간 한마디의 코칭식 대화의 파워풀한 힘을 종종 발견하며 코칭의 매력을 더욱 느낍니다.
더불어, 말 한마디의 무거운 책임감도 느낍니다. 가볍게 했던 질문이 그분의 가슴속에 박혀 1주일간 고민했을지도 모르고, 괴로워서 덮어두고 회피하기만 했던 부분을 직면해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책을 읽다가 발견한 <이해인 수녀님>의 시 <말을 위한 기도> 가 제 마음을 많이 울렸기에, 코치님들과 공유하고 싶습니다.
<말을 위한 기도> by 이해인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 수없이 뿌려놓은 말의 씨들이
어디서 어떻게 열매를 맺었을까 조용히 헤아려 볼 때가 있습니다.
무심코 뿌린 말의 씨라도 그 어디선가 뿌리를 내렸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면
왠지 두렵습니다.
더러는 허공으로 사라지고, 더러는 다른 이의 가슴속에서
좋은 열매를 또는 언짢은 열매를 맺기도 했을 언어의 나무
주여 내가 지닌 언어의 나무에도 멀고 가까운 이웃들이 주고 간
크고 작은 말의 열매들이 주렁주렁 달려 있습니다.
둥근 것, 모난 것, 밝은 것, 어두운 것, 향기로운 것, 반짝이는 것,
그 주인의 얼굴은 잊었어도 말은 죽지 않고 살아서 나와 함께 머뭅니다.
살아있는 동안 내가 할 말은 참 많은 것도 같고, 적은 것도 같고,
그러나 말이 없이는 단 하루도 살 수 없는 세상살이
매일매일 돌처럼 차고 단단한 결심을 해도
슬기로운 말의 주인이 되기는 얼마나 어려운지
날마다 내가 말을 하고 살도록 허락하신 주여
하나의 말을 잘 탄생시키기 위하여 먼저 잘 침묵하는 지혜를 깨우치게 하소서.
헤프지 않으면서 풍부하고, 경박하지 않으면서 유쾌하고,
과장하지 않으면서 품위 있는, 한마디의 말을 위해
때로는 진통 겪는 어둠의 순간을 이겨내게 하소서
참으로 아름다운 언어의 집을 짓기 위해
언제나 기도하는 마음으로 도를 닦는 마음으로 말을 하게 하소서.
언제나 진실하고, 언제나 때에 맞고, 언제나 책임 있는 말을 갈고 닦게 하소서.
내가 이웃에게 말을 할 때에는 하찮은 농담이라도 함부로 지껄이지 않게 도와주시어
좀 더 겸허하고, 좀 더 인내롭고, 좀 더 분별 있는 사랑의 말을 하게 하소서.
내가 어려서부터 말로 저지른 모든 잘못
특히 사랑을 거스른 비방과 오해의 말들을
경솔한 속단과 편견과 위선의 말들을 주여 용서하소서
나날이 새로운 마음, 깨어있는 마음, 그리고 감사한 마음으로
내 언어의 집을 짓게 하시어
해처럼 환히 빛나는 삶을 당신의 은총 속에 이어가게 하소서.
코치는 고객들과 ‘말’을 나누며 ‘삶’을 나누는 일을 하고 있기에, 말 한마디의 무게감이 남다른 것 같습니다. 좋은 코칭을 잘하려면 고객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것부터 시작인데, 이해인 수녀님께서도 ‘먼저 잘 침묵하는 지혜를 깨우치게 해달라’고 기도하신 부분에서, 무슨 말을 먼저 하려고 하기보다, 잘 듣기 위해서 먼저 침묵하는 지혜를 깨닫게 해달라고 기도 하신 게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가족, 주변인들과 코칭인 듯, 코칭 아닌, 코칭 같은 대화를 나누며, 뿌려지는 말의 씨들을 헤아려 보기도 하고, 나는 얼마나 침묵하며 잘 들었었던가 성찰해봅니다. 나의 말의 씨들이 어디선가 좋은 뿌리를 내리고 있길 바라며, 내 안에 좋은 언어의 집이 지어지길 바랍니다.
성찰 질문
Q1) 나의 언어의 나무는 어떠한가요?
Q2) 슬기로운 말의 주인이 되기 위해, 나는 어떤 노력을 해볼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