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슈퍼비전, 함께 성장하는 코치의 지혜
국제코치훈련원 원장
한국부부행복코칭센터 원장
아주대경영대학원 겸임교수
광운대교육대학원 겸임교수
숭실사이버대 겸임교수
전, ICF 코리아챕터 회장
코칭 현장에서 17년간 활동하면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코치도 누군가에게 코칭을 받나요?"입니다. 답은 "당연히 그렇다"입니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반드시 그래야 한다"입니다. 의사가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듯이, 코치도 지속적으로 자신의 전문성을 점검하고 발전시켜야 합니다. 그 핵심에 바로 '슈퍼비전'이 있습니다.
슈퍼비전은 코치가 자신의 실력을 향상시키고 어려운 상황을 현명하게 헤쳐나갈 수 있도록 돕는 필수적인 과정입니다. 특히 최근 몇 년간 그룹 슈퍼비전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개인 슈퍼비전이 일대일 맞춤형 지도라면, 그룹 슈퍼비전은 여러 동료들과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집단 학습의 장입니다.
그룹 슈퍼비전의 가장 큰 매력은 '혼자가 아니다'라는 안도감입니다. 코칭을 하다 보면 "이런 상황에서 나만 이렇게 당황스럽나?" "내가 제대로 하고 있는 건가?"라는 의구심이 들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그룹에서 다른 동료들의 경험을 들어보면 "아,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하며 큰 위안을 받게 됩니다. 이는 단순한 위로를 넘어 자신감 회복과 전문가로서의 정체성 강화로 이어집니다.
더 나아가 그룹 슈퍼비전은 다양한 관점과 창의적 해결책을 제공합니다. 한 사람의 사례를 놓고 여러 명이 각자의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피드백을 주다 보면, 혼자서는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접근법을 발견하게 됩니다. 마치 퍼즐의 조각들이 맞춰지듯, 각자의 통찰이 모여 완전한 그림을 그려내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룹 슈퍼비전이 성공하려면 몇 가지 중요한 요소들이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안전한 환경 조성이 핵심입니다. 참가자들이 자신의 약점이나 실수를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심리적 안전감이 보장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비밀 유지, 상호 존중, 비판적 피드백 금지 등의 그라운드 룰을 명확히 세우고 지켜나가야 합니다.
그룹 구성도 신중해야 합니다. 너무 많으면 깊이 있는 대화가 어렵고, 너무 적으면 다양성이 부족합니다. 경험상 3-8명 정도가 적당하며, 비슷한 경력과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로 구성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정기적인 만남과 일관된 구조를 유지하여 예측 가능하고 안정적인 학습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룹 슈퍼비전에서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기법들도 있습니다. 성찰 반응 기법은 한 사람이 사례를 발표하면 다른 구성원들이 질문을 던지고, 발표자가 그 중 가장 도움이 되는 질문을 선택하여 깊이 탐구하는 방식입니다. 브레인스토밍을 통해 창의적 해결책을 모색하거나, 롤플레이를 통해 다양한 관점을 체험해볼 수도 있습니다.
특히 팀 코칭 영역에서 그룹 슈퍼비전의 효과는 더욱 두드러집니다. 팀 코칭은 개별 코칭보다 훨씬 복잡한 역학관계와 맥락을 다뤄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룹 슈퍼비전을 통해 다른 팀 코치들의 경험을 공유하고, 집단 지성을 활용하여 더 효과적인 개입 방법을 찾을 수 있습니다.
물론 그룹 슈퍼비전이 만능은 아닙니다. 개인적이고 민감한 이슈는 개별 슈퍼비전이 더 적합할 수 있고, 그룹 내 갈등이나 경쟁 관계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한계들도 숙련된 그룹 슈퍼바이저의 적절한 개입과 그룹 구성원들의 성숙한 태도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습니다.
결국 그룹 슈퍼비전은 '함께 성장하는 문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입니다. 각자의 경험과 지혜를 나누고, 서로의 성장을 응원하며, 코칭 전문가로서의 정체성을 함께 키워나가는 것입니다. 이는 단순히 기술적 역량 향상을 넘어, 코칭 생태계 전체의 건강한 발전으로 이어집니다.
앞으로 코칭 분야가 더욱 전문화되고 세분화될수록, 그룹 슈퍼비전의 중요성도 더욱 커질 것입니다.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을 함께 해내는 것, 그것이 바로 그룹 슈퍼비전의 진정한 가치입니다.
성찰 질문
나는 현재 어떤 방식으로 나의 코칭 역량을 점검하고 발전시키고 있는가? 만약 그룹 슈퍼비전에 참여한다면, 나는 어떤 부분에서 가장 큰 도움을 받고 싶고, 동시에 다른 동료들에게 어떤 경험과 지혜를 나누어 줄 수 있을까?
참고 문헌: Peter Hawkins·Nick Smith 저. 고현숙 대표 역.(2022). 코칭, 멘토링, 컨설팅에 대한 슈퍼비전. 박영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