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는 내가 ‘바라는 대로’가 아니라, ‘바라보는 대로’ 자란다.
양정원 소장(PCC, KPC)
변화와 성장연구소 소장
국제코치훈련원(ICTI) TRAIN 과정 FT
한국부부행복코칭센터 가족코칭전문가
마인드카페 전문코치
ICF 챕터코리아 교육위원회 위원
KAC 자격인증기관 심사위원
용인미래교육센터 진로코치
“자녀는 바라는 대로가 아니라, 바라보는 대로 자란다”는 말을 자주 듣지만, 우리는 일상 속에서 자녀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요? 현재 모습 그대로 판단하고 있나요, 아니면 가능성을 믿어주며 따뜻하게 바라보고 있나요? 내게는 이 말의 의미를 가슴 깊이 깨닫게 한 잊지 못할 순간이 있습니다. 작은 사건 속에서 ‘믿음의 눈’이 한 사람의 가능성을 어떻게 열어주는지를 절실히 깨닫게 되었고, 자녀뿐 아니라 자신도 마찬가지로 바라보는 대로 자라난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한때 프랑스 유학을 마치고 프리랜서 통번역가로 활동하던 시절, 대학생 취업 선호도 1위인 IT 기업의 외국어 특기자 채용 공고를 보게 되었습니다. 서류를 준비하여 지원했고, 1차 서류 전형 통과자에게는 우편으로 면접 일정을 통보한다는 안내를 받았습니다. 며칠이 지나도 우편물이 오지 않자, 저는 당연히 서류 전형에서 탈락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수많은 지원자 속에서 경쟁이 치열했으니 그럴 법도 하다고 스스로를 위로했습니다. 그런데 그때 저의 어머니께서는 딸이 서류 전형에 통과하지 않을 리가 없다며 회사에 전화해보라고 권유하셨습니다. 저는 어머니께 이미 떨어진 것이니 우편이 오지 않은 것이라고 몇 번을 말씀드렸지만, 어머니의 끈질긴 권유에 못 이겨 결국 회사 인사팀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놀랍게도 제 면접은 불과 1시간 30분 뒤로 예정되어 있었고, 회사의 우편물 발송 시기와 저희 집 이사가 겹쳐 우편물 전달에 문제가 생겼던 것이었습니다. 저는 부랴부랴 준비하여 면접장으로 향했고, 경황 없는 상황 속에서도 면접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고 결국 최종 합격해 9년 동안 다양한 국내외 사업 제휴와 기획 속에서 성장하는 소중한 직장 생활을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만일 어머니의 믿음이 없었더라면, 내 가능성을 이렇게 펼칠 수 있었을까요? 저에 대한 어머니의 흔들리지 않는 믿음의 바라봄이 저의 미래를 완전히 바꾸어 놓은 것입니다.
이러한 경험은 제가 딸을 키우는 데 있어 중요한 통찰을 주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저로 하여금 딸이 아주 어릴 때부터 교회의 피아노 반주자로 예배드리는 모습을 바라보게 하셨습니다. 딸이 여섯 살이 되었을 때, 좋은 피아노 선생님을 소개받아 어릴 때부터 음악을 즐겁게 접하도록 이끌어주었습니다. 딸은 즐겁게 피아노를 배워나갔지만, 난이도가 올라가면서 피아노는 어느 순간 즐거움보다는 스트레스가 되었습니다. 그만두게 할까 하는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저는 그 시기를 잘 넘어설 수 있도록 기도했고, 딸이 힘든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충분히 경청했습니다.
그때쯤 저희 부부는 교회 소그룹 리더가 되어 집에서 모임을 시작하게 되었고, 모임에서 찬양을 할 때 피아노 반주가 필요했습니다. 오랫동안 피아노를 치지 않아 감이 떨어진 저는 딸에게 조심스럽게 반주를 부탁했습니다. 딸은 잠시 망설이는 듯했지만, 이내 해보겠다고 하며 연습을 시작했습니다. 첫 소그룹 모임에서 딸의 서툰 반주에 맞춰 예배를 드릴 때, 저는 형언할 수 없는 감사함과 벅찬 감동을 느꼈습니다. 어릴 때부터 예배자의 모습을 믿음으로 바라보았던 딸의 모습이 현실이 된 순간이었습니다. 딸은 이후에도 꾸준히 성장하여 중학교에서는 학교 버스킹 예배를 인도하고, 고등학교 때는 교회에서 예배 인도자로 섬겼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대안학교 교사로서 매일 아침 수업 전에 피아노 반주를 하며 반 아이들과 함께 예배를 드리고 있습니다. 저의 어머니가 저를 믿음으로 바라보셨듯이, 저 또한 딸을 믿음으로 바라보았기에 이 모든 순간들이 현실이 될 수 있었습니다.
친정엄마의 저에 대한 믿음, 그리고 딸에 대한 저의 믿음을 통해 저는 '바라보는 대로 이루어진다'는 진리를 절실히 깨닫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는 무엇을 바라보고 있을까요? 우리는 나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요? 단순히 현재 보이는 능력과 상황만으로 나를 판단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아니면 나 자신을 전인격적이고, 창의적이며, 문제 해결 능력을 가진 존재로 바라보고 있습니까? 마찬가지로 우리는 자녀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요? 지금의 부족한 모습에 초점을 맞추고 있나요, 아니면 그들의 무한한 잠재력과 성장을 믿음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습니까?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존재를 바라보느냐가 그 존재의 정체성을 결정하고, 나아가 미래를 결정합니다. 보이는 것에만 갇히지 않고, 믿음의 눈으로 나 자신과 자녀, 그리고 주변 사람들을 바라볼 때 비로소 우리는 상상 이상의 성장과 기적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당신의 바라봄이 당신의 삶과 당신의 사랑하는 자녀의 미래를 결정합니다. 이제, 무엇을 바라보시겠습니까?
<성찰 질문>
1. 지금 내 자녀(또는 내 자신)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나요?
2. 내 자녀(또는 내 자신) 안에서 가능성을 믿어주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3. 앞으로 내 자녀(또는 내 자신)에게 어떤 믿음과 격려를 전하고 싶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