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성장은 '비움'에서 시작된다
황현호 원장
국제코치훈련원 원장
한국부부행복코칭센터 원장
아주대경영대학원 겸임교수
광운대교육대학원 겸임교수
전, ICF 코리아챕터 회장
왜 우리는 계속 배우려고만 할까?
최근 한 시니어 코치가 저에게 이런 고민을 털어놨습니다. "20년 경력의 코치인데, 새로운 기법을 배워도 예전만큼 성장이 느껴지지 않아요. 뭔가 막힌 것 같은 느낌이에요."
이 이야기를 들으며 크리쉬나무르티의 말이 떠올랐습니다. "우리는 아는 것만 생각할 수 있고, 지식은 새로운 것을 이해하는 데 방해가 된다." 우리는 지식을 통해 창의적이 될 거라고 생각하지만, 때로는 가진 지식을 버릴 줄 아는 지혜가 더 필요합니다.
코칭 분야에서 '폐기 학습(Unlearning)'이라는 개념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익숙한 사고방식이나 관점을 의도적으로 내려놓는 학습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폐기 학습은 더욱 중요해집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축적한 지식과 경험이 오히려 새로운 것을 이해하는 데 장애물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수피 신비주의자 하즈라트 이나야트 칸은 이를 명확히 표현했습니다. "현명해짐으로써 배운 것을 버릴 수 있다. 현명할수록 자신의 생각을 더 부정할 수 있고, 어리석을수록 자기 생각을 고집한다."
폐기 학습은 인지적 차원을 넘어 감정적 차원에서도 일어납니다. 이를 '정서적 폐기 학습'이라고 부르는데, 우리가 가진 감정적 응어리나 자동적인 반응 패턴을 알아차리고 해소하는 과정입니다. 억울함, 분노, 좌절 같은 감정을 내려놓고 수용과 공감으로 나아가는 변화를 의미합니다.
더 깊은 수준에서는 '전환(Transition)'이 일어납니다. 이는 마치 밀폐된 방에서 넓은 공간으로 나오는 것처럼 삶의 방향성과 존재 자체를 새롭게 정렬하는 것입니다. 그리스어로 '메타노이아(Metanoia)', 즉 변혁이라고 부르는 이 과정은 변혁적 학습의 핵심입니다.
그렇다면 코치로서 어떻게 폐기 학습을 실천할 수 있을까요?
첫째, 자기 성찰의 시간을 의도적으로 만드세요. 내가 고집하고 있는 코칭 방식이나 신념이 무엇인지 점검해보세요. "이 방법이 정말 고객에게 최선일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세요.
둘째, 다양한 관점에 자신을 노출시키세요. 자신과 다른 코칭 철학이나 접근법을 가진 동료들과 대화하세요. 때로는 불편할 수 있지만, 그 불편함이 성장의 신호입니다.
셋째, '초심자의 마음'을 회복하세요. 경험이 쌓일수록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패턴화된 반응을 하게 됩니다. 매 코칭 세션을 처음인 것처럼 접근해보세요.
넷째, 감정적 짐을 점검하세요. 과거의 실패나 상처가 현재의 코칭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세요. 필요하다면 자신도 코칭을 받거나 전문적인 도움을 구하세요.
동양 철학에서는 "빈 그릇이 되어야 물을 담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코치로서의 성장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이미 '가득 찬' 상태라고 생각하면 새로운 것이 들어올 공간이 없습니다.
폐기 학습은 단순히 지식을 버리는 것이 아닙니다. 더 현명해지고 유연해지는 과정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를 경험한 코치만이 고객에게도 진정한 변혁적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코치가 고객에게 변혁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려면 스스로도 이러한 정서적 폐기 학습과 깊은 수준의 전환을 경험하고 포용해야 합니다. 그래야 고객의 감정을 이해하고 더 깊은 수준의 변화를 도울 수 있습니다.
기억하세요. 우리가 자신을 개발하는 일을 멈출 때, 다른 사람을 개발하는 효과성도 멈춥니다. 내가 가장 생동적으로 배우고 성장하고 있을 때, 다른 사람들에게도 가장 큰 가치를 줄 수 있습니다.
성찰 질문
1. 나는 현재 어떤 코칭 방식이나 신념을 너무 고집하고 있는가?
2. 최근 내가 '불편함'을 느꼈던 피드백이나 상황이 있다면, 그것이 나에게 어떤 성장의 기회를 제시하고 있을까?
참고 문헌: Peter Hawkins·Nick Smith 저. 고현숙 대표 역.(2022). 코칭, 멘토링, 컨설팅에 대한 슈퍼비전. 박영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