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인디아 여객기 추락사고와 우리 마음의 착각 - 생생한 이미지가 만드는 과도한 불안_황현호 원장

작성자: 최고관리자님    작성일시: 작성일2025-06-14 08:10:30    조회: 143회    댓글: 0

 

에어인디아 여객기 추락사고와 우리 마음의 착각 - 생생한 이미지가 만드는 과도한 불안
에어인디아 여객기 추락사고와 우리 마음의 착각 - 생생한 이미지가 만드는 과도한 불안

 

국제코치훈련원 원장

한국부부행복코칭센터 원장

아주대경영대학원 겸임교수

광운대교육대학원 겸임교수

숭실사이버대 겸임교수

전, ICF코리아챕터 회장

 


지난 6월 12일,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인도 서부 아메다바드 공항 인근에서 발생한 에어인디아 AI171편 여객기 추락 사고로 최소 265명이 숨지고 한 명이 생존했다고 AFP 통신 등 외신들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습니다. 승객 242명을 태운 보잉 787 드림라이너 기종이 사르다르 발라브바이 파텔 국제공항에서 이륙 직후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뉴스를 통해 전해지는 현장의 모습들은 보는 이로 하여금 숨이 막히게 했습니다. 화염에 휩싸인 잔해, 구조대원들의 절망적인 표정, 그리고 단 한 명의 기적적인 생존자. 이런 장면들은 단순한 '뉴스'를 넘어서 우리의 마음 깊숙한 곳에 선명하고 지울 수 없는 인상을 새겨넣었습니다.

여기서 우리 뇌에 일어나는 흥미로운 현상이 있습니다. 이렇게 구체적이고 생생한 장면을 목격한 후,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이런 사고가 실제보다 훨씬 자주 일어난다고 착각하게 됩니다.

"265명 사망, 1명 생존"이라는 구체적인 숫자, "이륙 직후 추락"이라는 선명한 상황 묘사, 그리고 반복적으로 보게 되는 사고 현장 영상들. 이 모든 것들이 우리 뇌에서 특별한 '가중치'를 받게 됩니다. 마치 형광펜으로 밑줄을 그은 것처럼, 평범한 정보보다 훨씬 강렬하게 기억되고 회상됩니다.

행동경제학자 다니엘 카너먼이 설명한 '회상 용이성' 현상이 바로 이것입니다. 우리는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사건일수록 더 자주 일어나는 것으로 착각합니다. 에어인디아 사고의 생생한 장면들이 머릿속에 반복 재생될 때마다, 우리 뇌는 "아, 비행기 사고가 이렇게 자주 일어나는구나"라고 잘못된 신호를 보내게 됩니다.

265명의 목숨이 한순간에 사라졌다는 사실은 엄청난 감정적 충격을 줍니다. 이런 강렬한 감정은 우리의 합리적 판단 능력을 일시적으로 마비시키고, 대신 '가능성 효과'를 극대화시킵니다. 아무리 희박한 확률이라도 감정적 임팩트가 클 때는 그 가능성을 실제보다 훨씬 높게 평가하게 되는 것이죠.

같은 사고 영상이 여러 채널에서, 여러 번 반복되어 방송됩니다. SNS에서도 관련 영상과 사진들이 계속 공유됩니다. 이런 반복적 노출은 우리로 하여금 "이런 일이 정말 많이 일어나는구나"라는 착각을 더욱 강화시킵니다.
하지만 냉정한 통계를 들여다보면 상황은 완전히 다릅니다. 항공기 사고 확률은 여전히 1억 회 비행 중 1건 이하로, 자동차를 타고 집에서 공항까지 가는 길이 비행기를 타는 것보다 훨씬 위험합니다.

매일 전 세계에서 수만 편의 항공기가 안전하게 이착륙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 말이죠. 하지만 이런 '평범한 안전'은 뉴스가 되지 않습니다. 우리의 뇌는 자극적이고 예외적인 사건에만 주목하도록 진화해왔기 때문입니다.

에어인디아 사고의 구체적인 묘사들 - "265명 사망", "이륙 직후", "주거지역 추락" - 이런 세부사항들이 우리에게 과도한 인상을 남기고 있다는 점을 의식적으로 인식해야 합니다. 구체적일수록 기억에 강하게 남지만, 그것이 빈도를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사고 장면이 생생하게 떠오를 때마다 "이 기억의 선명함과 실제 사고 확률은 별개의 문제다"라고 스스로에게 말해주세요. 우리 뇌가 만드는 착각을 의식적으로 교정하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걱정과 합리적 경계심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안전벨트를 매고, 안전 수칙을 확인하는 것은 합리적 경계심입니다. 하지만 비행기를 아예 타지 않거나, 탑승 전날 밤잠을 설치는 것은 과도한 걱정입니다.
같은 사고 영상을 계속 시청하는 것은 불안만 증폭시킬 뿐입니다. 필요한 정보는 얻되, 감정적 자극이 목적인 반복 영상들로부터는 의식적으로 거리를 두세요.

에어인디아 AI171편 사고는 정말 끔찍한 참사였습니다. 희생자들과 그 가족들의 아픔은 결코 가볍게 여겨져서는 안 됩니다. 동시에 이 사건이 우리의 일상적 판단을 과도하게 지배하도록 놔둘 필요도 없습니다.

생생한 이미지와 구체적 묘사가 주는 강렬한 인상을 인정하되, 그것이 만드는 확률적 착각은 교정해야 합니다. 감정적 충격이 클 때일수록 더욱 차분하게 데이터를 들여다보고, 과도한 걱정과 합리적 주의 사이의 균형점을 찾아야 합니다.
우리의 뇌는 생존을 위해 위험한 상황을 과대평가하도록 진화했습니다. 이것은 자연스러운 반응이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때로 우리를 비합리적 불안으로 이끌기도 합니다.

앞으로 비행기를 탈 일이 있다면, 에어인디아 사고의 장면들이 떠오를 수도 있습니다. 그런 순간에는 깊게 숨을 들이쉬고, 이렇게 말해보세요:
"이 생생한 기억은 내 뇌가 만든 착각이야. 실제 확률과 내가 느끼는 두려움의 크기는 다른 거야."
그리고 창문 밖 구름 위의 평온한 풍경을 바라보며, 오늘도 전 세계에서 수만 편의 항공기가 안전하게 하늘을 날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려보세요.

우리는 감정을 부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다만 그 감정이 만드는 착각을 이해하고, 좀 더 균형 잡힌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지혜를 기를 수 있습니다.


성찰 질문
1.나는 최근에 접한 어떤 생생한 이미지나 충격적인 사건이 실제 확률보다 과도한 영향을 미치도록 허용하고 있지는 않나요?
2.내가 느끼는 불안의 크기와 그 불안을 유발한 사건의 실제 발생 빈도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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