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검증을 위한 투쟁
사람들은 누군가의 인정을 받으면 자기 자신의 존재감이 있고 유능한 인간이 되는 거로 착각하며 사는 것 같다. 관계 속에서도 인정받는 사람은 기세가 등등하고 다른 이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고 뭔가 멋져 보이고 자신감이 있어 보인다. 그래서 사람들은 승인받는 사람들을 부러워하고 좋아하는 것 같다.
예전에 나도 타인의 승인을 나의 존재 가치와 연결해서 나의 존재가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누군가가 내 의견에 동의해 주길 바라는 강박 관념이 있었다. 그 사람이 내 의견에 동의해 주면 내 존재가 살아 있는 것 같고 뭔가 인정받은 것 같은 뿌듯함으로 날아갈 것 같았다. 타인의 승인을 받으면 분명 약간의 이점이 있다. 내가 인정받았을 때 기분이 좋아진다. 누군가가 내 말에 동의해 주면 스스로 대견해하고 주위 사람들에게 약간의 우월감을 느낀다. 또 승인을 받으면 나는 오늘 가치 있었어, 나는 잘하고 있어, 상대방은 나를 좋아할 거야, 나는 존중받을 수 있어 하면서 나의 가치와 행복을 느낀다. 그래서 무슨 말을 할 때도 인정받으려고 하는 것 같다.
그런데 타인의 승인을 받지 못하면 어땠는가. 나의 존재 가치는 무너지고 자존심은 벼랑으로 떨어지고 삶이 행복하지 않고 아주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타인의 인정을 나의 존재 가치로 봤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힘들고 세상이 내 편이 되어 주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세상을 살다 보면 모든 게 싫어지고 주위 가족들 동료들 모든 사람이 미워지는 경험이 있었다. 그때는 그런 게 당연한 줄 알았다. 승인이 내 존재로 연결되는 것이었고 인정받지 못하면 살 가치가 없었다. 그런 삶을 지금까지 살았다. 내 존재는 타인의 승인과 상관없이 가치 있고 귀한 존재인데 코칭 공부를 하면서 알아차림 할 수 있어서 너무 편하고 좋다.
우리 사회는 인정받는 사람을 높이 평가하고 그런 잣대로 대하는 경향이 있다. 승인받는 사람은 대접받고 인정해 준다. 어떤 상황에서 한 가지 실수를 하면 그 사람 존재 자체를 그렇게 보는 경향이 있다. 그 사람이 가진 좋은 면이 많은데 그건 보지 못하고 실수하고 가치 없는 사람으로 꼬리표를 단다. 사람은 실수도 하지만 각자 장점이 다르기 때문에 그 잘하는 것을 칭찬해 주고 인정해 주면 사람들이 상처 받지 않고 아름답게 살아갈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특히 어린아이들이 이런 일을 당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제 자라나는 아이들이 상처받지 않고 자기를 사랑하면서 자존감 있는 삶을 살기 바란다. 우리 아이들부터 존재 자체를 귀하게 생각하고 대해주면 좋겠다. 아이들이 부모들의 사랑과 존중을 받으면서 자신들이 얼마나 귀하고 소중한 존재인지를 온 몸으로 경험하게 되면 좋겠다. 코칭이 가능하게 한다. 코칭이 고맙다.
누군가는 결정을 내리기 어려워하고, 틀린 줄 알면서도 동의하며, 동의한 후에는 힘들어한다. 혼자 있는 것이 두려워 친한 관계가 끝나는 것이 두려워서 계속 함께하려고 한다. 스스로 능력이 없다고 느끼는 경우, 자신의 승인은 가능하지만 타인의 승인에 중독될 수도 있다. 승인 없이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은 자녀일 수도 있고, 배우자나 직장 동료, 부하 직원일 수도 있다. 많은 사람이 이렇게 살아가고 있다.
한 지인 부부가 떠오른다. 남편은 아내가 운전을 배우지 못하게 한다. 아내가 사고를 낼까 봐 걱정되어서다. 남편은 “내가 운전해 줄게"라며 사랑이라는 명목으로 아내의 운전 배움을 막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진정한 사랑일까? 남편은 아내를 사랑하지만, 자신의 방식으로만 사랑하고 있다. 그의 마음속에는 불안감과 아내를 신뢰하지 못하는 감정이 내재되어 있다. 아내 역시 주체적으로 운전을 배울 수 있지만, 남편의 승인을 받아야만 가능하다고 느낀다. 그리고 그 승인을 받는 과정에서 자신이 사랑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승인 중독은 스스로 주체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길을 막는다. 남편의 승인이 있어야만 아내는 용기를 내어 운전을 배울 것이다.
현재는 문제가 없어 보일 수 있지만, 만약 남편이 아프거나 일이 생기면 어떻게 될까? 아내도 운전을 배울 필요가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며 주변 사람들을 돌아보니, 우리는 사랑이라는 명목 아래 서로를 얼마나 구속하며 살아가고 있는지 깨닫게 된다.
이러한 모습은 지인 부부뿐만 아니라 우리 부부에게도 존재한다. 나 역시 남편이 내 편이 되어 주지 않거나 내 말에 공감하지 않으면 화가 난다. 남편의 승인과 인정을 받고 싶기 때문이다. 남편이 내 편이 되지 않아도, 내 말에 공감하지 않아도 마음이 편해야 하지만, 나는 여전히 그의 승인을 갈망하고 있다.
아마 어린 시절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하고,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불안감 속에서 자랐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깨달았다. 나는 누구의 승인을 받지 않더라도 소중하고 귀한 존재이며, 어떤 것도 내 가치를 훼손할 수 없다. 그렇기에 이제는 남편의 승인을 목말라하지 않고, 내 존재가 원하는 삶을 살고 싶다.
삶의 목적은 나 자신으로 존재하며, 내면의 빛을 밝히면서 나만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성찰 질문
1. 당신은 누구의 승인이나 인정을 받을 때 가장 편안함을 느끼나요?
2. 승인 없이도 스스로 주체적으로 선택하고 행동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