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대는 누가 잡아야 하는가 (2-1번)_황현호 원장 new

작성자: 최고관리자님    작성일시: 작성일2025-12-03 09:24:24    조회: 23회    댓글: 0

운전대는 누가 잡아야 하는가

(2-1번 역량)



황현호 원장

국제코치훈련원 원장

한국부부행복코칭센터 원장

아주대학교경영대학원 겸임교수

광운대학교교육대학원 겸임교수

숭실사이버대학교 겸임교수

전, ICF코리아챕터 회장

 


한 중년 여성이 코칭을 받으러 왔다. 은퇴를 2년 앞둔 그녀는 남편과의 관계, 새로운 인생 설계, 경제적 불안 등 여러 고민이 얽혀 있었다. 세션이 진행되면서 그녀는 점점 더 깊은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코치님, 솔직히 말씀해 주세요. 제가 지금 직장을 그만두고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게 맞을까요, 아니면 2년만 더 버티는 게 맞을까요?" 그녀의 눈빛은 간절했다.


그 순간 나는 유혹을 느꼈다. 내 경험상 그녀가 어떤 선택을 해야 더 행복할지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이 코치로서 가장 조심해야 할 순간이다. 만약 내가 "제 생각에는..."이라고 입을 떼는 순간, 코칭은 실패로 돌아간다. 그 결정의 무게를 내가 짊어지는 순간, 고객은 자신의 인생에서 조연으로 밀려나기 때문이다.


코치가 가장 지키기 어려운 한 가지

코칭과 훈련 전문가로서 수많은 코치들을 교육하면서 발견한 사실이 있다.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가장 지키기 어려운 원칙이 바로 "고객이 자신의 선택에 책임이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국제코치연맹의 핵심 역량에서도 이것은 코칭 마인드셋의 첫 번째 세부 항목(2-1번 역량)으로 강조된다.


코칭을 처음 배우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오해가 있다. 코치가 고객을 올바른 길로 인도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내가 가진 경험과 지식으로 이 사람을 도와야 한다"는 선한 의도가 오히려 코칭의 본질을 해친다. 하지만 코칭 철학의 핵심은 고객을 온전하고 창의적이며 자원이 풍부한 존재로 보는 데 있다. 고객이 자신의 선택에 책임이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는 것은 그들이 스스로 최선의 답을 찾을 능력이 있음을 전적으로 신뢰한다는 뜻이다.


왜 이것이 그토록 중요할까. 우리가 누군가의 선택을 대신해 줄 때 그 사람의 성장은 멈춘다. 성공했을 때는 코치 덕분이라며 자신의 능력을 과소평가하게 되고 실패했을 때는 코치 탓이라며 책임을 회피하게 된다. 어느 쪽이든 고객의 자율성은 훼손된다.


해결사 본능을 내려놓기

첫째, 해결사 본능을 내려놓아야 한다. 

고객이 딜레마에 빠져 허우적거릴 때 그를 늪에서 건져내주고 싶은 연민이 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특히 코칭에서는 고객의 인생이 걸린 중요한 결정들을 다루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한 직장인 고객은 이직 제안을 받고 고민하고 있었다. 현재 회사에서는 안정적이지만 성장이 정체되어 있고 새로운 회사는 도전적이지만 불확실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라고 묻는 그에게 나는 이렇게 되물었다. "두 가지 선택 중 어떤 것이 10년 후 당신이 돌아봤을 때 가장 후회가 없을 것 같습니까?" 그는 한참을 침묵하다가 스스로 답을 찾기 시작했다.


코치는 구조대원이 아니다. 코치의 역할은 고객이 스스로 늪을 헤쳐 나올 힘이 있음을 상기시켜 주고 그 과정을 지지하는 것이다. 질문을 통해 고객 자신이 이미 가지고 있는 지혜를 끄집어내는 용기가 필요하다.


둘째, 실패할 권리를 존중해야 한다. 

때로는 고객이 코치가 보기에 명백히 잘못된 선택을 하려 할 때가 있다. 한 고객은 건강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한 사업 확장을 계획하고 있다. 내 눈에는 그것이 위험해 보이지만 윤리적으로 문제가 되거나 타인에게 해를 끼치는 결정이 아니라면 코치는 그 선택조차 존중해야 한다.


때로는 아픈 실패가 백 마디의 조언보다 더 큰 배움을 준다. 고객의 선택이 설령 돌아가는 길이라 할지라도 그 길을 걷는 주인은 고객 자신이어야 한다. 나중에 그 고객은 자신의 경험을 통해 배운 교훈으로 더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


결과에 대한 애착 버리기

셋째, 결과에 대한 애착을 버려야 한다.

 많은 코치들이 고객의 성공을 자신의 성과와 동일시한다. 그래서 고객이 빨리 목표를 달성하도록 재촉하거나 은근히 특정 방향으로 유도한다. 특히 라이프코칭에서는 고객의 인생 전환이 눈에 보이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다.


한 은퇴 예정자는 코칭을 받으면서 새로운 진로를 탐색했다. 나는 그가 빨리 결정하고 행동하기를 은연중에 바랐다. 하지만 그는 6개월 동안 천천히 여러 가능성을 탐색했고 결국 내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나아갔다. 그것이 바로 그에게 맞는 속도였고 그만의 답이었다.


선택의 주체도 고객이고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도 고객이다. 코치는 그 과정에 함께하는 파트너일 뿐이다. 결과로부터 한 발짝 물러서는 것이 오히려 고객의 진정한 성장을 돕는 길이다.


조수석에 앉는 용기

코칭은 고객에게 정답을 선물하는 것이 아니라 선택의 무게를 감당할 근육을 키워주는 과정이다. 코칭 교육과 훈련을 하면서 나는 예비 코치들에게 항상 강조한다. "당신이 운전대를 잡으려 하지 않고 조수석에 묵묵히 앉아 있을 때 비로소 고객은 자신의 인생이라는 도로를 주도적으로 질주하기 시작할 것입니다."


앞서 이야기한 은퇴를 앞둔 중년 여성은 결국 스스로 답을 찾았다. 나는 단지 질문을 던졌을 뿐이다. "지금 직장을 계속 다니는 것과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것 중 어떤 선택이 당신의 가치관과 더 일치합니까?" "2년 후 은퇴했을 때 어떤 모습의 당신이고 싶습니까?" 그녀는 자신의 내면을 탐색하며 스스로 길을 찾아갔다.


라이프코칭 전문가로서 나는 오늘도 조수석에 앉는다. 고객이 때로는 흔들리고 때로는 주저하더라도 그들의 운전을 믿고 지켜본다. 그것이 진정한 코치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당신은 지금 고객의 운전대를 뺏고 싶은 유혹과 싸우고 있는가 아니면 그들의 운전을 믿고 지켜보고 있는가.


성찰 질문

1. 고객이 "코치님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어요?"라고 조언을 구할 때 나는 어떻게 반응하고 있나요?

2. 고객이 나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혹은 비효율적으로 보이는 선택을 했을 때 내 안에서 어떤 감정이 올라오나요?


참고문헌 

ICF Core Competency 2.1 Acknowledges that clients are responsible for their own choices 

고객이 자신의 선택에 책임이 있음을 인정한다

https://coachingfederation.org/credentials-and-standards/core-competenc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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