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치와 컨설턴트, 나는 어디쯤에 서 있을까
윤지선 대표 (KPC, 스포츠멘탈코치)
現 윤지선멘탈솔루션 대표
現 가천대학교 객원교수
現 한국체육문화교육원 교수
現 이너토브코칭센터(주) 수석파트너코치
스포츠심리학 박사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 정회원(No.325)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 Master Pro
나는 오랫동안 골프선수로, 그리고 28년간 골프레슨코치로 살아왔다.
스윙의 각도, 임팩트의 순간, 손끝의 긴장도까지 지켜보며 ‘기술’을 가르치는 일은 내게 너무 익숙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나는 선수의 ‘마음’을 읽기 시작했다. 공을 치는 자세보다, 공을 대하는 태도가 더 중요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는 ‘멘탈코치’의 길로 걸어 들어왔다.
멘탈코칭이라고 하면 대부분 테이블 위에서의 대화 장면을 떠올린다. 하지만 내 코칭은 조금 다르다. 연습장 한켠, 필드 한복판, 혹은 테이블 위 — 장소는 언제나 변화한다.
나는 기술과 멘탈의 경계 위에 서 있다. 골프선수 출신답게 선수의 눈높이에서 경기 상황을 읽고, 때로는 루틴을 함께 점검하며, 때로는 내면의 감정 흐름을 탐색한다.
그러다 보면 문득 혼란이 찾아온다.
‘이건 멘탈코칭일까, 기술 코칭일까?’
기술코치가 선수의 스윙을 바로잡듯, 나 또한 선수의 루틴과 집중 포인트를 조율한다. 기술코치의 지도를 기반으로 멘탈을 연결하지만, 아주 가끔은 내가 기술적인 조언을 덧붙이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마음속에서 작은 울림이 일어난다.
“나는 지금 코치인가, 아니면 컨설턴트인가?”
한 번은 테이블에서 선수와 나눈 짧은 대화가 있었다.
“코치님, 이제야 왜 제 샷이 불안했는지 알겠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기력으로 연결되진 않았다.
‘스포츠멘탈코칭은 눈에 보이는 성과가 있어야 해!!’
나를 잡고 있는 신념이다. 이게 정답인지 아닌지도 모르겠다.
그러다 어느 날 숏게임 연습장에서 선수 2명과 실전 코칭을 하는데 내가 제안을 했다.
여기서도 엄청 혼란을 느꼈다. ‘코치인 내가 주제를 정한다고?!!!!!’
“오늘 코칭 주제는 경기 중 나를 두렵게 하는 것들과 직면하기이다”
“따라서 목표는 실수가 자주 나오는 어려운 상황에서 성공할 수 있는 루틴 찾기.이다”
선수들이 긴장하기 시작한다. 늘 평평하게 이쁜 곳에서만 스윙을 하는 기존의 연습 방법에서 그 현장에서 가장 어려운 곳에서 하는 스윙이라니 선수들이 이런 훈련은 처음이라고 했다.
“자. 너희들이 시합 나갔을 때 스코어를 가장 많이 잃는 상황이 언제지?”
“저는 디봇에 공이 있을 때요.”(골프 샷을 할 때 골프채 헤드가 잔디를 파내며 떨어져 나가는 잔디 조각으로 그 자리에 공이 있을 때 잔디 없이 흙 위에서 치게 되는 샷으로 정확한 컨택이 필요한 트러블 샷이다.)
“저는 공이 발보다 낮은데 왼발 쪽까지 내리막 라이일 때가 가장 어려워요. 그냥 그런 곳에 공이 있으면 신은 나를 버렸구나. 싶어요. 아마 100% 실수 나왔던 것 같아요”
“좋아! 오늘 그런 곳에서 만난 두려움들을 직면해서 깨버려 보자.”
각자 말한 두려운 곳에서의 스윙은 정말 심각했다. 과거 16시간 1600개의 공을 치며 연습했던 나의 과거가 떠올랐다. 그때 했던 생각은 이랬다.
‘그래 정말 까다로운 상황이군, 정말 어려운 순간이야. 그렇지만 분명 방법은 있어. 그것만 찾으면 된다.’
나는 이 내용을 선수들에게 전했고 우리 셋은 모두 방법을 찾자고 입을 모았다.
그럼에도 계속되는 실수에
“상황이 불편하다 보니 다운스윙 시 손이 빠르게 풀리고 있어. 자 이럴 땐 손을 풀지 말아야지 보다는 손목의 각을 유지하고 스윙해야지. 라고 생각하면서 스윙해볼까?”
다시 시도해 보던 두 선수들이
“오오~~저는 제 손목이 풀리는지도 몰랐어요. 대박. 유지하니까 공부터 정확하게 컨택이 되네요. 역시 방법이 있었어.”
“그동안은 잘 칠 수 있는 방법보다는 안 좋은 상태에 빠져있는 상황만 부정했던 것 같아요.”
선수들이 뱉은 그 한마디는 마치 긴 연습보다 더 큰 변화를 만들었다.
선수가 ‘알아차림’을 얻는 순간, 그 깨달음은 경기력으로 이어졌다.
그걸 지켜보면서도 나는 확신과 혼란 사이에서 늘 흔들린다.
선수가 성장했다는 기쁨 속에서도, ‘내가 정말 코치로서 경계를 잘 지키고 있는가’라는 질문이 따라온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코치와 컨설턴트 사이, 나는 어디쯤 서 있을까.
답은 아직 없다. 다만, 내가 서 있는 그 경계가 누군가 성장의 시작점이라면, 그 또한 코칭일 것이다.
성찰 질문
1. 나는 고객의 변화를 돕는 과정에서 ‘전문적 조언’과 ‘자기 탐색의 여지’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유지하고 있는가?
2. 내가 돕고 있는 사람의 ‘알아차림’은 나의 개입 덕분일까, 아니면 그들의 내적 힘일까?
3. 코치로서 나는 지금 어디에 서 있고, 어디로 가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