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인간 코치의 존재 이유를 묻다
황현호 원장
국제코치훈련원 원장
한국부부행복코칭센터 원장
아주대학교경영대학원 겸임교수
광운대학교교육대학원 겸임교수
숭실사이버대학교 겸임교수
전, ICF코리아챕터 회장
코칭에서 다년간 고객들을 만나며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있다. "코치님, 저는 왜 이렇게 변하지 못할까요?" 이 질문 뒤에는 수많은 자기계발서를 읽고, 유튜브 동영상을 보고, 앱을 다운받았지만 여전히 제자리인 자신에 대한 실망이 담겨 있다. 그런데 최근 이 질문에 새로운 버전이 추가되었다. "AI 코칭 앱도 써봤는데, 왜 달라지지 않을까요?"
2025년 10월 31일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개최된 제22회 대한민국 코칭컨페스티벌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자리였다. 'AI와 휴머니즘, 코칭이 여는 미래'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번 행사는 22회를 맞이한 코칭계 최대 축제이자, AI 시대를 맞아 인간 코치의 정체성을 재정의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
AI 코칭의 급격한 성장과 한계
AI 기반 코칭 솔루션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2025년 기업교육 시장에서 AI 코칭 플랫폼 시장은 73억 달러 규모로 성장했으며, 2019년 이후 연평균 17%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미국 기업들은 2024년 직원 1인당 평균 1,500달러를 교육에 투자했는데, 이 중 상당 부분이 AI 코칭 솔루션으로 향하고 있다.
CoachHub, BetterUp, Sounding Board와 같은 글로벌 디지털 코칭 플랫폼 기업들은 개인 맞춤형 AI 코칭 솔루션을 속속 출시하며 전 직원이 언제 어디서든 접근할 수 있는 코칭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역할극 기능을 활용해 상사와의 대화를 리허설하거나, 갈등 관리와 협업 상황을 연습할 수 있는 기능들은 실제로 많은 고객들에게 도움이 되고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AI 코치의 접근성이다. 연구에 따르면 Z세대 전문가의 47%가 직장에서 매니저보다 AI에 더 의존한다고 응답했다. Oracle과 Cisco 같은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AI 에이전트를 HR 플랫폼에 통합하여 직원들에게 이력서 작성, 면접 코칭, 커리어 개발 조언까지 제공하고 있다.
AI 코치의 강점은 분명하다. 높은 연산력, 확장성, 비용효율성으로 데이터를 기반으로 즉각적인 피드백을 제공할 수 있다. 메모리 기반 알고리즘을 활용해 개별 고객의 목표와 코칭 이력을 장기간 추적하며 지속적인 지원도 가능하다. 그러나 라이프코칭 현장에서 고객들을 만나며 예상되는 문제는 명확하다.
AI가 제시하는 조언은 논리적으로 완벽할 수 있다. 그러나 고객의 마음이 왜 그렇게 움직이지 않는지, 왜 특정 순간에 두려움이 밀려오는지를 진정으로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AI는 고객이 입력한 데이터를 분석하지만, 고객이 말하지 못한 것, 스스로도 의식하지 못한 감정의 결까지 읽어내는 것은 인간 코치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닐까.
하이브리드 모델, AI와 인간의 협력
흥미로운 것은 AI 코칭과 인간 코칭이 상호 배타적이 아니라 강력하게 보완적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가트너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까지 리더의 60%가 관련성을 유지하기 위해 AI 관련 역량에 대한 훈련이 필요할 것으로 예측했다.
AI는 기본적인 스킬 개발과 대규모 연습을 민주화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인간 코치는 고차원적이고 복잡하며 변혁적인 코칭 개입에 집중할 수 있다. 여기서 인간만의 고유한 정서적·맥락적 이해가 가장 가치를 발휘한다. 실제로 연구에서도 하위권 영업사원들은 AI 코치로부터 '정보 과부하'를 겪었고, 상위권 영업사원들은 AI 코치에 혐오감을 드러내며 코칭을 거부했다. 피드백 양을 조절한 AI 코치로 일부 개선되었지만, 가장 효과적인 것은 AI 코치와 인간 코치가 함께 협력하는 방식이었다.
이번 코칭컨페스티벌에서는 'AI 코치를 넘어서는 인간 코치의 차별화 전략'이라는 주제로 다양한 세션이 진행되었다. AI와 내러티브 코칭의 만남, AI 감정코칭, 마음챙김 코칭, 존재코칭 등의 세션들은 모두 한 가지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인간 코치는 단순히 정보와 조언을 제공하는 존재가 아니라, 고객의 존재 자체를 온전히 만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인간 코치만이 할 수 있는 것
라이프코칭에서는 종종 이런 순간들이 있다. 고객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멈추고, 눈물을 흘리거나, 깊은 침묵에 빠진다. 그 순간 코치는 어떤 질문이나 조언보다 먼저, 그 침묵 속에 함께 머문다. 고객의 호흡을 느끼고, 표정의 미세한 변화를 감지하며, 말하지 않은 감정의 결을 읽어낸다. 이것은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대체할 수 없는, 인간 대 인간의 깊은 연결이다.
한 고객은 코칭에서 오랫동안 "저는 괜찮습니다"라고 반복했다. 그러나 코치는 그의 목소리 톤, 어깨의 긴장, 손의 떨림에서 다른 메시지를 읽었다. "정말 괜찮으신가요?"라는 부드러운 질문에 그는 비로소 "사실은 너무 힘들어요"라고 털어놓았다. 이처럼 인간 코치는 언어 너머의 언어, 데이터 너머의 진실을 감지한다.
AI 코칭 전문가들도 이 점을 인정한다. Cisco의 최고인사책임자 Kelly Jones는 "AI 코치는 조직의 문화, 사명, 가치에 부합하는 맞춤형 코칭을 제공할 수 있지만, 개인의 성향과 선호하는 학습 스타일을 기반으로 한 조언을 제공하는 것은 인간 코치의 고유한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컬처 코칭, AI 시대의 새로운 방향
최근 리더의 스킬 강화가 아닌 '컬처 코칭(Culture Coaching)'이 주목받고 있다. 컬처 코칭은 조직문화 내에서 직원들의 성장과 발전을 돕기 위해 전문 코칭 기법을 사용하는 프로세스다. 이는 개인적 목표와 조직 목표의 연결을 통해 업무 성능과 의사소통 기술을 향상시킨다.
국제코치연맹(ICF)은 휴먼캐피탈 인스티튜트(HCI)와 함께 10여 년 동안 조직 내 코칭문화의 기본원칙을 조사해 왔다. 2023년 조사에 의하면 설문자의 85%가 코칭기술을 사용하는 관리자 및 리더와 함께 일하고 있으며, 64%는 외부 코치 실무자를, 절반은 내부 코치 실무자를 고용하고 있다. 더불어 코칭을 위한 전용 예산을 확보하고 있는 조직이 33%로 증가하고 있다.
ICF 조직 코칭 담당 부사장인 로버트 가르시아는 기업의 코칭문화가 직원의 번아웃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갤럽의 2023년 글로벌 직장 현황 보고서에서는 조용한 사직과 같은 직장 내 소진이 실제로 세계 경제에 약 9조 달러의 손실을 입힌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직원들의 행복지수가 높으면 병가를 내는 횟수가 줄어들고 업무 성과가 향상될 뿐만 아니라 조직 내 이직률도 낮아진다.
코칭의 미래, 증강된 인간성
그렇다면 AI 시대에 인간 코치는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첫째, 기술적 역량을 넘어 인간적 역량을 더욱 깊이 개발해야 한다. 마음챙김, 존재 중심 접근, 감정 리터러시, 시스템 사고 등 AI가 할 수 없는 영역에서 전문성을 키워야 한다. 컨페스티벌에서 다뤄진 '몸·마음·영혼이 연결되는 존재코칭', '마음챙김 코칭' 등은 이러한 방향을 제시한다.
둘째, AI를 적절히 활용하되 코칭의 본질을 잃지 않아야 한다. AI in HR 시장은 2025년 81억 6천만 달러에서 2034년 307억 7천만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AI는 데이터 분석, 패턴 인식, 정보 제공 등에서 코치를 보조할 수 있다. 코칭에서 고객의 말을 녹음하고 패턴을 분석하거나, 고객이 설정한 목표 달성 과정을 추적하는 데 AI를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최종적인 통찰과 변화의 순간을 만드는 것은 여전히 인간 코치의 몫이다.
셋째, 지속적인 수퍼비전과 성찰이 필요하다. 컨페스티벌에서 제시된 '코칭을 자동화하는 AI, 인간을 복원하는 코칭 슈퍼비전' 세션이 강조했듯이, 인간 코치는 자신의 편견, 맹점, 미숙함을 끊임없이 점검해야 한다. AI가 정확한 데이터를 제공할수록, 인간 코치는 더욱 깊은 자기 인식과 인간 이해를 갖춰야 한다.
변화의 중심에 선 코치
제22회 대한민국 코칭컨페스티벌은 단순한 정보 공유의 장을 넘어, 코칭 업계 전체가 AI 시대의 정체성을 재정의하는 자리였다. 한국코치협회를 비롯한 다양한 코칭 기관들이 참여한 이 행사는 AI와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AI와 협력하면서도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을 더욱 명확히 하자는 메시지를 던졌다.
라이프코칭 교육과 훈련 전문가로서 현장에서 보는 것은 명확하다. 고객들은 정보가 아니라 이해받고 싶어 한다. 조언이 아니라 함께 걸어줄 사람을 원한다. 답이 아니라 질문을 통해 스스로 답을 찾고 싶어 한다.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이 깊은 인간적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것은 오직 인간 코치뿐이다.
AI 시대는 인간 코치에게 위협이 아니라 기회다. 단순 정보 제공과 표면적 조언이라는 저부가가치 영역은 AI에게 맡기고, 인간 코치는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갈 수 있다. 고객의 존재 자체를 만나고, 말하지 못한 두려움을 함께 마주하고, 변화의 여정에 동행하는 진정한 코칭의 본질로 돌아갈 때다. 그것이 제22회 대한민국 코칭컨페스티벌이 우리에게 던진 가장 중요한 메시지이다.
성찰 질문
1. 나는 고객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데 집중하는가, 아니면 고객의 존재를 온전히 만나는 데 집중하는가?
2. AI가 할 수 없는 나만의 고유한 코칭 역량은 무엇이며, 이를 어떻게 더 깊이 개발할 것인가?
참고문헌
• 제22회 대한민국 코칭컨페스티벌, https://www.kcoach.kr/bbs/content.php?co_id=sub01_6
• 황현호, 팀 리더를 위한 '컬처 코칭(Culture Coaching)'의 변화
• Top 5 AI Coaching Platforms for Corporate Training in 2025, https://www.talentlms.com/blog/top-ai-coaching-platforms/
• Top Coaching Trends in 2025 (Future of Coaching), https://luisazhou.com/blog/coaching-trends/
• AI Coaching for Future Leaders: Enhancing Skills and Overcoming Challenges, https://www.retorio.com/blog/ai-coaching-future-leaders
• AI in 2025: The Turning Point for Learning & Development, https://www.chieflearningofficer.com/2025/10/27/ai-in-2025-the-turning-point-for-learning-development/
• Rise of AI career coaches ushers in new age of employee development, https://www.worklife.news/technology/rise-of-ai-career-coaches-ushers-in-new-age-of-employee-development/
• How AI Is Shaping the Future of Corporate Training in 2025, https://trainingindustry.com/articles/artificial-intelligence/how-ai-is-shaping-the-future-of-corporate-training-in-2025/
• The Future of Growth: Exploring the Rise of AI Coaching, https://techjury.net/industry-analysis/the-rise-of-ai-coaching/
• 10 Best AI Coaching Platforms To Transform Employee Development In 2025, https://honehq.com/resources/blog/10-best-ai-coaching-platforms-employee-development-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