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속에서 빛나는 이사회 리더십
황현호 원장
국제코치훈련원 원장
한국부부행복코칭센터 원장
아주대학교경영대학원 겸임교수
광운대학교교육대학원 겸임교수
숭실사이버대학교 겸임교수
전, ICF코리아챕터 회장
당신의 조직은 지금 누가 이끌고 있는가? CEO의 탁월한 리더십만으로 충분할까? 어느 라이프코칭 고객은 코칭룸에서 이런 고민을 털어놓았다. "저는 사회적 기업 대표입니다. 직원들과 함께 밤낮으로 뛰고 있지만, 자금이 끊기고 상황이 악화될수록 혼자 결정하고 혼자 책임지는 느낌입니다. 이사회는 있지만 형식적이에요." 이 말 속에는 많은 리더들이 공유하는 외로움과 한계가 담겨 있다. 위기의 순간, 조직을 지탱하는 것은 한 사람의 영웅적 리더십이 아니라 함께 책임지고 방향을 제시하는 강력한 이사회라는 사실을 우리는 종종 잊고 산다.
미국 비영리 부문은 현재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연방 자금 삭감, 관세로 인한 비용 상승, 다양성 프로그램에 대한 공격이 한꺼번에 몰아치고 있다. 콜로라도에서만 비영리단체가 육백이십억 달러의 매출을 창출하고 십팔만 명 이상의 일자리를 책임지지만, 절반 이상의 단체가 석 달 치 현금도 보유하지 못한 상태다. 전체 비영리 단체의 삼십육 퍼센트가 2024년을 적자로 마감했는데, 이는 지난 십 년 중 가장 높은 수치다. 이런 상황에서 많은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CEO나 경영진에게 시선을 돌린다. 하지만 진짜 질문은 이것이다. 탁월한 리더 한 명으로 이 폭풍을 견딜 수 있을까?
지속 가능한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경영진만이 아니라 탁월한 이사회가 필요하다. 거버넌스 전문가들이 지적하듯이 뛰어난 개인들로 구성된 이사회라 할지라도, 집단으로서는 무능하거나 무책임할 수 있다. 이 역설은 개인의 역량만큼이나 시스템의 힘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사회의 성과는 두 가지 요소에 달려 있다.
첫째는 적절한 기술과 경험, 자원을 가진 이사를 확보하는 것이고, 둘째는 그 역량을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거버넌스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현실은 쉽지 않다. 많은 이사회가 모금 같은 특정 영역에만 집중하면서 지역사회 대표성이나 전문성을 소홀히 한다. 무급 자원봉사를 기대하면서 개인 기부까지 요구하는 조직에서 유니콘 같은 이사를 찾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바로 이 어려움이 라이프코칭의 관점에서는 전환의 기회가 된다. 라이프코칭은 개인의 잠재력을 끌어내는 것뿐 아니라, 조직과 시스템이 더 나은 방식으로 작동하도록 돕는 일이기도 하다.
한 고객은 코칭을 통해 자신이 속한 교육 비영리단체의 이사로 참여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나 같은 사람이 무슨 도움이 되겠어요"라고 말했지만, 코칭 과정에서 그는 자신이 가진 재무 관리 경험과 지역사회 네트워크가 조직에 얼마나 절실한 자산인지 깨달았다. 이사회에 합류한 뒤 그는 단순한 감독자가 아니라 전략적 파트너가 되어 조직의 재정 체질을 바꾸는 데 기여했다. 이런 변화는 조직뿐 아니라 그 개인에게도 새로운 리더십을 발견하는 여정이 되었다.
지금은 이사회를 전략적 파트너로 재정비해야 할 때다. 이사회는 수동적인 재정 관리자가 아니라 전략적 비전가이자 실행 파트너로 변모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임원과 위원회의 역할을 재검토하고, 기대치를 명확히 하며, 이사들이 각자의 강점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것은 조직 차원의 과제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개인 차원의 성장 기회이기도 하다.
라이프코칭에서는 고객이 자신의 가치와 강점을 발견하고 그것을 세상에 기여하는 방법을 찾도록 돕는다. 이사회 활동은 바로 그런 기회다. 우리 사회에는 주거, 교육, 기후 문제 등 현실적 과제를 해결하고 싶어하는 재능 있는 시민들이 많으며, 이사회 참여는 리더십을 개발하고 시야를 넓히는 기회가 된다. 위기는 곧 기회다. 지금 이 순간, 당신의 전문성과 경험이 필요한 조직이 어딘가에 있다.
코칭 세션에서 나는 종종 고객에게 묻는다. "당신이 속한 조직의 의사결정 구조는 어떻습니까? 구성원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고 있나요?" 가정이든 팀이든 회사든, 모든 조직에는 거버넌스 시스템이 존재한다. 그 시스템이 건강하지 않으면 아무리 뛰어난 개인이 있어도 조직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이사회는 조직의 거버넌스 시스템을 상징하는 존재다. 그것이 형식에 그친다면 조직은 리더 한 사람의 어깨에만 짐을 지운다. 하지만 이사회가 진정한 파트너가 된다면, 조직은 폭풍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배가 된다.
위기 속에서 우리는 선택해야 한다. 혼자 견디며 외로운 싸움을 할 것인가, 아니면 함께 책임지고 함께 나아갈 동료를 찾을 것인가. 리더 개인의 역량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뒷받침하는 시스템과 구조가 없다면 아무리 훌륭한 리더도 결국 지친다. 이사회를 단순한 형식이 아닌 전략적 자산으로 바라보는 관점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성찰 질문
1. 내가 가진 전문성과 경험을 필요로 하는 조직은 어디이며, 그곳에서 나는 어떤 방식으로 기여할 수 있는가?
2. 내가 속한 조직이나 가정의 의사결정 구조는 모든 구성원의 강점을 제대로 활용하고 있는가?
참고 문헌
Why strong nonprofit boards matter now more than ever, Colorado Newsline, 2025년 10월 26일
https://coloradonewsline.com/2025/10/26/strong-nonprofit-boards-mat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