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고객의 성장을 여는 트라우마 인식 코칭
황현호 원장
국제코치훈련원 원장
한국부부행복코칭센터 원장
아주대학교경영대학원 겸임교수
광운대학교교육대학원 겸임교수
숭실사이버대학교 겸임교수
전, ICF코리아챕터 회장
어느 날 코칭룸에 들어온 한 고객의 이야기다. 사십 대 중반의 그는 승진 기회를 앞두고 있었지만, 중요한 회의에서 번번이 자신의 의견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있었다. 표면적으로는 프레젠테이션 기술이나 자신감의 문제처럼 보였다. 하지만 대화를 나누며 알게 된 것은, 그가 어린 시절 권위적인 아버지 앞에서 말할 때마다 겪었던 두려움이 지금도 그의 행동을 지배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런 고객을 만날 때마다 나는 질문하게 된다. 우리는 고객의 과거 경험이 현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충분히 인식하고 있는가?
최근 피닉스 대학교 사회행동과학대학이 발표한 백서는 이 질문에 중요한 답을 제시한다. 성인 학습자를 대상으로 한 트라우마 인식 교육이 학습 성과와 복지를 향상시킨다는 연구 결과다. 이 백서의 공동 저자인 쉴라 바벤디어 (Sheila Babendir) 교수는 성인 학습자들이 복잡한 삶의 경험을 교실로 가져온다고 말한다. 이는 코칭 상황에서도 마찬가지다. 코칭룸에 들어오는 고객들 역시 각자의 트라우마와 상처, 그리고 그로 인한 패턴을 안고 온다.
트라우마 인식이란 무엇인가? 백서의 또 다른 공동 저자 사만다 더튼 (Samantha Dutton) 박사의 말처럼, 이는 단순한 기술이나 전술이 아니라 하나의 마인드셋이다. 트라우마를 인정하고 이에 대응하는 환경을 의도적으로 설계할 때, 사람들은 더 큰 신뢰와 안정감을 경험하고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낸다. 이는 교육 현장뿐 아니라 코칭 현장에서도 핵심적인 원칙이 되어야 한다.
코칭에서 트라우마 인식이 중요한 이유는 명확하다. 첫째, 많은 고객들의 현재 행동 패턴은 과거의 트라우마적 경험에서 비롯된다. 앞서 언급한 고객처럼, 권위 있는 사람 앞에서 자신의 의견을 말하지 못하는 것은 단순한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과거의 두려움이 현재를 지배하는 것이다. 둘째, 트라우마를 경험한 고객들은 종종 자신의 어려움을 개인적 실패로 여기며 수치심을 느낀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판단이 아니라 이해와 안전한 공간이다.
그렇다면 라이프코치로서 우리는 어떻게 트라우마 인식 관점을 코칭에 통합할 수 있을까?
첫째, 고객의 이야기에 깊이 귀 기울여야 한다. 단순히 현재의 목표나 문제만 듣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삶의 맥락과 과거 경험이 현재의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탐색해야 한다. 한 고객이 시간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그것이 단순한 계획 부족 때문인지, 아니면 과거에 통제를 잃었던 경험에서 비롯된 불안 때문인지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둘째, 심리적으로 안전한 코칭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피닉스 대학교 백서는 심리적 안전이 학습 지속성을 높이는 핵심 요소라고 강조한다. 코칭에서도 마찬가지다. 고객이 자신의 취약한 부분을 드러낼 수 있으려면, 판단받지 않고 존중받는다는 느낌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코치는 질문할 때 열린 태도를 유지하고, 고객의 반응에 공감하며, 그들의 속도를 존중해야 한다.
셋째, 강점 기반 접근을 활용해야 한다. 트라우마를 경험한 사람들은 자신의 부족함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다. 코치는 고객이 어려움 속에서도 어떻게 살아남았고, 어떤 자원을 활용했는지 발견하도록 도와야 한다. 예를 들어, 한 고객이 과거 학대적 관계에서 벗어난 경험이 있다면, 그 과정에서 발휘한 용기와 결단력을 현재의 도전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연결해줄 수 있다.
넷째, 마인드셋의 전환이 필요하다. 백서에서 강조하듯 트라우마 인식은 하나의 관점이다. 코치로서 우리는 고객의 문제 행동을 개인적 결함이나 의지 부족으로 보는 대신, 그들이 과거의 어려움에 대응하기 위해 개발한 생존 전략으로 이해해야 한다. 예를 들어, 완벽주의적 성향은 과거에 실수에 대해 가혹한 처벌을 받았던 경험에서 나온 자기보호 메커니즘일 수 있다. 이런 이해는 고객에게 자기 연민의 공간을 열어준다.
다섯째, 구체적인 전략을 적용할 수 있다. 트라우마 인식 교육 연구에서 제시하는 방법들은 코칭에도 유용하다. 코칭 세션 시작 시 간단한 호흡이나 그라운딩 연습을 통해 고객이 현재에 집중하도록 돕는다. 목표 설정 시 고객과 협력적으로 진행하여 그들이 통제감을 느끼도록 한다. 작은 성취를 축하하고 강화하여 자기효능감을 키운다. 고객이 압도되는 순간에는 속도를 늦추고, 안전을 확인하며, 필요시 전문적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안내한다.
실제로 나는 이런 접근을 통해 많은 고객들이 변화하는 것을 목격했다. 처음 코칭룸에 들어왔을 때 회의에서 말하지 못했던 그 고객은, 자신의 두려움의 뿌리를 이해하고 작은 단계부터 시작하는 연습을 통해 결국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되었다. 변화의 핵심은 기술 훈련이 아니라 안전한 관계 속에서 자신의 과거를 이해하고 새로운 패턴을 시도할 용기를 얻은 것이었다.
트라우마 인식 코칭은 우리에게 더 깊은 공감과 인내를 요구한다. 빠른 해결책이나 피상적인 기술 전수가 아니라, 고객의 전체 삶을 존중하고 그들이 자신만의 속도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동행하는 것이다. 이는 코치 자신도 자신의 트라우마와 반응 패턴을 성찰하고, 지속적으로 배우며, 필요할 때 슈퍼비전이나 동료 지원을 구하는 것을 포함한다.
피닉스 대학교 백서가 보여주듯, 트라우마 인식 접근은 교육자의 복지와 학생의 지속적 학습을 모두 향상시킨다. 코칭에서도 마찬가지다. 고객의 과거를 존중하고 현재의 안전을 제공할 때, 그들은 비로소 진정한 변화를 향해 나아갈 수 있다. 우리가 다루는 것은 단순히 목표 달성이 아니라 한 인간의 전체 삶이며, 그 삶 속에는 상처와 함께 놀라운 회복력도 존재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성찰 질문
첫째, 나는 고객의 현재 어려움을 이해할 때, 그들의 과거 경험과 트라우마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충분히 탐색하고 있는가?
둘째, 내 코칭룸은 고객이 자신의 취약함을 안전하게 드러낼 수 있는 심리적으로 안전한 공간인가?
참고문헌
U of Phoenix Publishes Paper on Trauma Informed Education (Mirage News, 2025년 10월 25일)
https://www.miragenews.com/u-of-phoenix-publishes-paper-on-trauma-informed-15576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