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공감(共感)과 경청(傾聽)의 힘
김향숙 코치(KSC, PCC)
블리스코칭연구소 대표
국제코치훈련원 트레이너코치
국제코칭연맹(ICF) 기획위원
코칭에서 사용되는 ‘공감(共感)’에 대해 이론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기는 어쩌면 그리 어려운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내 삶에서 특히 나와 가까운 가족들에게 공감(共感)을 발휘하는 것은 매번 성찰과 알아차림이 필요함을 느꼈던 경험이 있다.
외국어 고등학교에 다니며 웹툰을 그리는 딸아이가 큰 공모전을 준비할 때의 일이다. 접수 마감 일주일을 남겨 두고의 일이었다. 딸이 다니던 학교는 전교생이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어서 딸아이는 주중에는 기숙사 생활을 하고 금요일에는 집으로 돌아와 그림 작업에 몰입하며 지내는 걸 알고 있었다. 우리 집 거실은 책으로 둘려진 서재 겸 거실의 형식으로 사용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부터인가 코칭 공부를 하는 엄마의 작업 공간으로 점령되어 수시로 줌 강의나 미팅, 스터디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날도 아마 스터디와 특강 그리고 연속적인 회의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무언가 생각대로 진행되지 않아 예민해진 딸아이에게 엄마의 힘차고 생기있는 목소리는 딸아이의 그 어떤 감정선을 건드렸던 모양이다.
딸아이: 엄마의 코칭 공부는 언제 끝나는 거예요? 아니 매일 밤늦게까지 스터디나 회의가 왜 그리 많은 거예요?
엄 마:…. 갑자기 왜 그러는데?
딸아이: 엄마 소리 때문에 몰입과 집중을 할 수가 없잖아요.
엄 마: 엄마도 엄마의 생활과 해야 할 일이 있지 않을까?
딸아이: (울먹이며) 알아요. 그런데 딸이 공모전을 준비하는 것도 알고 있고 또 고2인데….
다른 집 엄마는 자녀의 생활 패턴에 맞춰 준다는데…. 그렇게까지는 아니더라도 너무
늦은 시간까지 엄마의 목소리로 우리 집이 점령당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엄 마: 엄마 목소리 때문에 시끄러웠다면 미안해. 그런데 엄마의 일에도 타이밍이라는 것이
있고 너의 일만큼 엄마 일도 중요하니 존중해주면 안 되겠니? 그리고 예민해져 있는
너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면 귀찮아하고 부담스러워할까 봐 안 했던 거지.
딸아이: 저를 존중해주는 것처럼 말씀하시지만…. 엄마의 일이 더 중요하고 신나서 제 모습이
나 표정이 안 보인 건 아니고요? 초등학교 때는 학교에서 돌아온 저의 표정만
보고도 행복했는지 우울했는지를 살펴 질문하고 칭찬도 하고 위로도 하던 엄마는 어디
갔어요? 안 그래도 작품은 맘에 들지 않고, 어디부터 잘못된 것인지 잡히지는 않고
거기다 스토리까지 완전히 뒤집어 엎어버렸는데…. 마치 새까만 밤길에 길도 안 보이고
방향도 모르겠는 상황에 놓인 것처럼 막막한데…. 집에서조차 집중할 수가 없으니
짜증이 난다고요!
엄 마: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방으로 들어가는 딸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이튿날 새벽 여느 때와 같이 나는 모닝페이지를 쓰면서 딸의 입장에서 감정을 생각해보았다. 그러다 예전 코칭 강의에서 들었던 공감 연습이 떠올랐다. 감정을 디테일하게 쪼개보는 것이다. 충돌로 서로의 감정이 상할 때, 보통은 서로가 서로에게 향하는 감정만을 생각하기 쉽지만 (1) 나 스스로 올라오는 감정 (2) 상대에게 향하는 감정 (3) 상대 스스로 올라오는 감정 (4) 상대가 나에게 향하는 감정, 이렇게 사분면의 감정을 다 살핀다면 좀 더 상대에 대한 공감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나 또한 내 입장을 이해받지 못함에 섭섭함도 있었고, 생각해서 배려한 말과 행동을 본인 위주로 해석하고 오해하는 것도 화가 나서 나의 입장을 설명하기 바빴던 것이다. 선택적 공감을 한 것은 아닐까 하고 반성이 되었다. 딸아이의 상황, 답답함과 막막함, 불안감 등 딸아이의 감정에 좀 더 집중하니 마음이 자연스레 달라짐을 느꼈다. 딸아이에게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다.
공감(empathy)은 호의를 뜻하는 그리스어 ‘empatheia’에서 유래되었다. 공감이란 다른 개체들이 느끼는 것을 지각하는 것이기 때문에, ‘감정 전염’과 동의어라 할 수 있다. 공감은 타인이 느끼고 생각하는 것을 이해하기 위해 타인의 주관적인 관점을 의도적으로 받아들이는 복잡한 인지 능력으로, 이런 정의는 ‘마음 이론’, ‘사회적인지’ 그리고 ‘역할 수행’ 같은 개념과 유사하다. 공감 능력이 없다면 인간은 타인 때문에 고통받지 않을 것이다.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은 모든 사회적 동물의 타고난 능력으로, 각 개체와 집단의 생존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내가 좋아하는 새 - 물까치나 까마귀, 앵무새 등 조류(鳥類)에게도 연민과 공감 능력이 있어 옆에서 있어 주며 함께 슬퍼해 주고 먹이를 나눠주는 행위를 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공감은 감정의 연결통로이다.
칼 로저스( Carl Ransom Rogers)는 공감적 이해에 대해 “당신 자신의 것 또는 생각들을 절대로 거기에 섞지 않으며, 어떤 것이라도 상대방이 표현하지 않은 것은 절대로 덧붙이지 않는다. 가장 높은 수준의 공감적 표현은 수용과 무비판이다. 왜냐하면, 당신 안에 상대방에 대한 평가적인 견해가 형성되어 있다면, 당신이 그 사람의 내면세계를 정확하게 인지하기란 불가능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 코칭 장면에서 공감(共感)을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의도된 들어주기 행동 즉 의도적으로 경청(傾聽)을 해주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귀의 육체적 기능을 활용해서 그냥 듣는 것이 아니라, 몸과 마음과 영혼을 모두 기울여 들어주는 것이다. 코칭을 배우면서 경청이라는 말을 쪼개어 보게 되었다. 그 말 자체에 코치가 가져야 할 태도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본다. 경(傾)은 ‘몸과 마음을 기울인다.’는 뜻이고 청(聽)은 ‘왕(王)의 이야기를 듣는 것 같이 귀를 열고 열 개(十 )의 눈(目)으로 상대의 모든 움직임을 보고 느껴서 상대방의 마음(心)과 하나(一)가 되도록 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의도적인 특별한 노력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귀만 열고 들었다면 이제는 마음을 열고 들어보자. 아니 마음을 열고 들어야겠다는 의도를 지녀보자. 그 의도된 들어주기 행동은 고객에게 존중받고 있음을 느끼게 해줄 것이다. 코치의 진심이 통할 때 고객은 움직이고 고객의 마음을 얻을 것이다.
에미서리 영성 수련 프로그램에서 소개하는 경청(傾聽) 방법이다.
처음 듣는 것처럼 듣는다.
말의 형태를 넘어 생명의 진동을 느끼며 듣는다.
스스로 진동하면서 듣는다.
유연하게 듣는다.
<성찰 질문>
1. 당신이 선택적 공감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던 때는 언제인가요?
2. 경청할 때 내 마음의 공간과는 어떤 관계가 있나요?
3. 내가 경청을 잘해서 성공한 사례와 경청을 잘못해서 실패한 사례가 있다면 무엇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