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칭에서 ‘침묵’ 활용하기
황현호 원장
국제코치훈련원 원장
한국부부행복코칭센터 원장
아주대학교경영대학원 겸임교수
광운대학교교육대학원 겸임교수
숭실사이버대학교 겸임교수
전, ICF코리아챕터 회장
코칭 현장에서 많은 코치들이 두려워하는 순간이 있다. 바로 ‘침묵’이다. 고객의 말이 끊기고 어색한 정적이 흐를 때, 코치는 무언가 잘못되고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힌다. 어떻게든 이 공백을 메우기 위해 서둘러 다음 질문을 던지거나, 섣부른 해결책을 제시하려는 조급함에 빠진다. 하지만 그 침묵은 실패의 신호가 아니라, 가장 깊은 성찰과 변화가 일어나는 ‘기회의 공간’이다.
숙련된 코치는 침묵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침묵을 코칭의 가장 강력한 도구로 활용한다. 우리의 코칭을 평범함에서 비범함으로 격상시키는 ‘침묵의 두 얼굴’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첫 번째 얼굴: 정직함의 순간, ‘클린 커뮤니케이션’
코칭 중 발생하는 침묵이 항상 의도적인 것은 아니다. 때로는 코치 역시 길을 잃는다. 고객의 복잡한 이야기 속에서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할지 막막해지거나, 순간의 방심으로 고객의 중요한 말을 놓치기도 한다. 바로 이때, 코치의 진정한 역량이 드러난다.
미숙한 코치는 이 상황을 감추려 하고, 당황한 나머지 핵심을 벗어난 질문을 던져 고객을 혼란에 빠뜨린다. 하지만 숙련된 코치는 이 순간을 정직한 소통의 기회로 삼는다. 이것이 바로 ‘클린 커뮤니케이션(Clean Communication)’의 힘이다.
"고객님께 가장 도움이 될 질문을 찾고 있습니다. 잠시만 생각할 시간을 주시겠어요?" "죄송합니다. 방금 하신 말씀의 중요한 의미를 제가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다시 한번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이처럼 자신의 상태를 솔직하게 드러내는 것은 전문성을 훼손하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고객에게 ‘당신과의 이 시간을 위해 나는 온 마음을 다해 집중하고 있다’는 진정성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더 나아가 "만약 고객님께서 코치라면, 지금 이 순간 어떤 질문을 던지고 싶으신가요?"라고 물으며 고객을 코칭의 파트너로 온전히 초대할 때, 코칭은 진정한 협력의 여정으로 거듭난다.
두 번째 얼굴: 변화의 산실, ‘의도된 침묵의 여백’
코칭에서 침묵의 진정한 가치는 코치가 의도적으로 만들어내는 ‘성찰의 공간’에 있다. 이는 단순히 말을 멈추는 소극적 행위를 넘어, 고객의 내면에서 변화가 움틀 수 있도록 섬세하게 설계된 ‘침묵의 여백’을 창조하는 예술과 같다.
고객이 다음과 같은 결정적 순간에 이를 때, 코치는 의도적으로 말을 아끼고 멈춤의 순간을 선물해야 한다.
감정이 차오를 때: 고객이 "정말 뿌듯하고 흐뭇해요"라고 말할 때, "아, 뿌듯하시군요"라고 넘어가기보다 "그 뿌듯함과 흐뭇함을 지금 이 순간 온전히 느껴보시죠"라며 침묵의 공간을 열어준다. 고객은 그 안에서 자신의 성취와 감정을 더욱 깊이 체화하게 된다.
거대한 깨달음이 찾아왔을 때: 고객이 "저는 늘 타인의 욕구에만 민감했지, 제 자신에게는 너무 둔감했네요"라는 통찰의 순간을 맞으면, 코치의 침묵은 고객이 그 깨달음의 무게와 의미를 되새기고 내면과 대화할 신성한 시간을 마련해 준다.
관점의 전환이 일어났을 때: '고집불통'이던 자녀가 '자기 주장이 강한 아이'로 새롭게 보이는 그 순간, 침묵 속에서 고객은 새로운 관점으로 자녀를 떠올리며 관계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한다.
자신의 정체성을 선언할 때: 고객이 "저는 이 분야의 선구자인 것 같아요"라고 자기 선언을 하면, 코치는 "그 '선구자'라는 울림을 가슴으로 느껴보세요"라며 침묵을 통해 고객이 자신의 새로운 정체성을 온전히 받아들이도록 돕는다.
침묵은 두려움이 아닌 창조의 대상이다
물론 시간적 제약과 성과에 대한 압박 속에서 침묵을 지키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수많은 질문보다 단 한 번의 깊은 침묵이 고객의 삶을 바꾸는 결정적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코칭의 진정한 힘은 코치의 화려한 언변이 아니라, 고객 스스로 답을 찾도록 믿고 기다리는 깊은 신뢰에서 나온다. 코칭 세션에 ‘의도된 침묵’을 초대해야 한다. 고객의 변화를 위한 가장 넓고 안전한 공간을 선물하는 것, 그것이 코치가 줄 수 있는 최고의 가치이며 코칭을 명품으로 만드는 비결이다.
성찰 질문
코칭 중 질문이 막혔을 때, 조급함을 넘어 ‘클린 커뮤니케이션’으로 고객과의 신뢰를 더 깊게 만드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고객의 결정적 성장을 위해, 자신의 코칭에서 ‘의도된 침묵’을 활용해야 할 가장 중요한 순간은 언제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