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현호 국제코치훈련원 원장
한국부부행복코칭센터 원장
ICF Korea챕터 부회장
우리가 일상 속에서 흔히 주고받는 말 중 하나가 “언제 밥 한번 먹읍시다.”라는 인사입니다. 외국인들이 한국에 와서 경험하는 문화적 충격 중 하나도 바로 이 표현입니다. 우리는 이 말을 너무나 자주 사용합니다. 때로는 다시 보고 싶지 않은 사람과도 헤어질 때 정중한 인사를 대신하기 위해 사용하고, 반대로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람과 헤어질 때 아쉬움을 담아 사용하기도 합니다. 이는 한국 사회에서만 통용되는 독특한 의례적 표현입니다.
코칭을 만나면서 저에게 생긴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실행력이 이전보다 훨씬 높아졌다는 점입니다. 이제 누군가가 “언제 밥 한번 먹자”고 하면, 저는 바로 수첩을 꺼내 구체적인 날짜를 정합니다. 이런 변화로 인해 저를 만나는 사람들 역시 더 이상 형식적인 인사를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정말로 밥을 먹고 싶은 마음이 없으면 굳이 그런 약속을 하지 않는 것이죠. 이러한 작은 실행 습관이 쌓이면서, 저는 1인 기업가로서 점차 성과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또 다른 변화는 저를 만나는 사람들의 실행력이 높아졌다는 점입니다. 이를 통해 그들의 삶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직접 목격하는 경우도 많아졌습니다. 코치 훈련 중에 자주 활용하는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골키퍼’라는 제목의 영상이 있습니다. 이 영상에서는 페널티킥 상황에서 골키퍼가 공을 막아낸 후 관중석을 향해 자랑스러운 세리머니를 펼치지만, 역스핀을 받은 공이 굴러 골대 안으로 들어가면서 실점하게 되는 장면이 나옵니다. 코칭에서도 이와 유사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실행 환경 구축을 소홀히 하면, 고객은 다음 세션에서 “왜 이렇게 시간이 빨리 지나갔죠?”라며 멋쩍어하는 경우가 생기기 마련입니다. 이는 단지 고객의 책임이 아니라, 실행력을 높이기 위한 코치의 실행 환경 구축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고객의 실행력을 높일 수 있을까요? 뉴욕대학교 골비처(Peter Gollwitzer) 교수와 독일 심리학자 브란트슈태터(Veronika Brandstatter) 교수는 이를 입증하는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이들은 대학생 두 그룹에게 이틀간의 크리스마스 연휴를 어떻게 보낼 것인지에 대해 에세이를 작성하도록 요청했습니다. 그리고 한 그룹에게만 에세이를 언제, 어디서, 어떻게 작성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계획하게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계획을 세운 그룹이 그렇지 않은 그룹보다 에세이 작성 시간이 평균 5.4일 더 짧았고, 실제 제출 시간은 7.7일 더 빨랐습니다.
골비처 교수는 또 다른 실험도 진행했습니다. 학생들에게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수학 문제를 풀게 하고, 문제를 푸는 동안 동영상 광고를 틀어 집중을 방해했습니다. 단, 한 그룹에게만 “집중을 방해받을 경우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를 사전에 질문했습니다. 이 그룹은 다른 그룹보다 평균 24문제를 더 푸는 결과를 보였습니다. 이는 코칭에서 ‘언제, 어디서, 어떻게’를 질문하는 이유와 같습니다. 실행 과정에서 예상되는 장애 요소와 그에 대한 대처 방안을 미리 질문하는 것 또한 같은 맥락입니다.
코치들은 고객이 코칭 대화를 통해 결심한 실행 목표를 실현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실행 환경을 구축합니다. 고객뿐 아니라 코치 자신도 실행력을 높이기 위해 스스로에게 실천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흔히 “습관이 의지를 이긴다”고 말합니다. 코치는 의지에만 의존하지 않고, 실행력을 높일 수밖에 없는 환경을 설계함으로써 지속적인 변화를 만들어 갑니다.
성찰 질문:
- 나는 일상 속에서 의례적으로 주고받는 말이나 약속을 실행으로 옮기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
- 고객의 실행력을 높이기 위해 내가 구축할 수 있는 구체적인 실행 환경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