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코칭의 기초, 안전한 환경부터_황현호원장

작성자: 최고관리자님    작성일시: 작성일2025-11-20 10:53:37    조회: 44회    댓글: 0

 

관계 코칭의 기초, 안전한 환경부터




 

황현호 원장

국제코치훈련원 원장

한국부부행복코칭센터 원장

아주대학교경영대학원 겸임교수

광운대학교교육대학원 겸임교수

숭실사이버대학교 겸임교수

전, ICF코리아챕터 회장

 

 지난주 한 예비부부 코칭 세션에서 인상 깊은 순간이 있었다. 고객이 과거 관계에서 겪은 불편함을 이야기하는데, 그 언어 속에는 감춰진 폭력의 그림자가 있었다. 이런 상황은 생각보다 자주 마주하게 된다. 코칭에서 우리는 흔히 커뮤니케이션 기술과 목표 설정에 집중하지만, 때로 간과하기 쉬운 것이 있다. 과연 고객이 서 있는 관계의 토대는 안전한가? 폭력 없는 환경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우리가 제공하는 모든 코칭 기법은 그저 모래 위의 성일 뿐이다.

세계보건기구와 유엔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는 이 문제의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전 세계적으로 약 삼분의 일에 해당하는 8억 4천만 명의 여성이 생애 동안 친밀한 파트너나 타인으로부터 신체적 또는 성적 폭력을 경험했으며, 지난 이십 년간 감소율은 연간 0.2%에 불과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여성폭력 예방과 피해자 지원 프로그램에 투입되는 국제 개발원조가 전체의 0.2%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국내 상황도 다르지 않다. 여성가족부의 2024년 여성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여성 다섯 명 중 한 명이 배우자나 연인 등 친밀한 관계로부터 폭력 피해를 경험했으며, 이는 삼 년 전보다 증가한 수치다.


코치가 주목해야 하는 이유

코칭 전문가로서 우리는 종종 커플이나 가족 관계 개선을 위한 코칭을 제공한다. 갈등 해결 기술을 가르치고, 의사소통 패턴을 개선하며, 관계 목표를 설정한다. 그러나 이 모든 작업의 전제 조건이 있다. 바로 안전이다. 폭력이 존재하는 관계에서는 진정한 성장이 불가능하다.

폭력은 단순히 물리적 상처만을 남기지 않는다. 심리적 통제, 경제적 제한, 정서적 학대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며, 피해자의 자존감과 자율성을 근본적으로 훼손한다. 코칭 세션에서 고객이 보이는 망설임, 파트너의 눈치를 보는 행동, 자신의 욕구를 표현하지 못하는 모습은 때로 단순한 의사소통 문제가 아니라 더 깊은 안전 문제의 신호일 수 있다.

예를 들어, 한 고객이 커리어 목표를 세우는 코칭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파트너의 허락을 언급하거나, 자신의 결정에 대한 확신 없이 불안해한다면 이는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할 지점이다. 또 다른 고객은 부부 관계 개선을 위해 코칭을 받으면서도 특정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길 극도로 꺼려하거나, 세션 후 파트너에게 보고해야 한다는 압박을 느낄 수 있다. 이런 신호들을 놓치지 않고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코치의 중요한 역할이다.


코칭 현장에서의 실천

그렇다면 코칭 전문가로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첫째, 안전한 코칭 공간을 조성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코칭 초기 단계에서 비밀보장 원칙을 명확히 하고, 고객이 어떤 이야기도 편안하게 꺼낼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든다. 이때 폭력이나 학대에 관한 질문을 자연스럽게 포함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침묵은 문제를 보이지 않게 만들 뿐, 해결하지 못한다.

둘째, 관계 교육 프로그램에 폭력 예방 콘텐츠를 통합한다. 

예비부부나 커플을 대상으로 한 코칭에서 건강한 경계 설정, 상호 존중의 의미, 동의의 중요성 등을 다룬다. 이는 단순히 갈등을 피하는 기술이 아니라, 관계의 기본 원칙을 세우는 과정이다. 실제 코칭 사례를 보면, 한 커플이 육아 분담 문제로 갈등을 겪을 때 단순히 역할을 나누는 것을 넘어, 서로의 선택을 존중하고 강요하지 않는 방법을 배우면서 근본적인 관계 패턴이 변화했다.

셋째, 지역사회 자원과의 네트워크를 구축한다. 

코치는 심리치료사나 법률 전문가가 아니지만, 필요할 때 적절한 전문가에게 연결해줄 수 있어야 한다. 여성긴급전화, 가정폭력상담소, 법률구조공단 등의 연락처와 서비스 내용을 숙지하고, 고객에게 자연스럽게 안내할 수 있도록 준비한다.

넷째, 지속적인 교육과 감수성 훈련을 받는다. 

폭력의 신호를 읽어내는 능력, 피해자 중심적 접근법, 트라우마에 대한 이해 등은 코치 자신의 학습을 통해 발전시킬 수 있다. 정기적인 슈퍼비전이나 동료 코치와의 사례 나눔도 도움이 된다.

폭력 없는 관계는 단순히 피해를 방지하는 것을 넘어, 개인의 잠재력이 꽃피울 수 있는 토양이다. 안전한 환경에서만 사람들은 진정으로 자신을 탐색하고, 목표를 향해 나아가며, 의미 있는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다. 코칭 전문가로서 우리는 고객의 성장을 돕기 전에, 먼저 그들이 안전한지 확인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모든 코칭 작업의 시작점이다.


성찰 질문

1. 나의 코칭 프로그램에서 고객의 안전과 관계 내 폭력 예방을 점검하는 구체적인 절차가 마련되어 있는가?

2. 고객이 관계에서 겪는 어려움이 단순한 갈등인지 폭력의 신호인지 구분할 수 있는 나만의 기준과 질문 목록을 가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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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Lifetime toll: 840 million women faced partner or sexual violence, World Health Organization, 

https://www.who.int/news/item/19-11-2025-lifetime-toll--840-million-women-faced-partner-or-sexual-violence

"평생 한 번 이상 여성폭력 당해" 답한 여성 36.1%···3년 전보다 늘어, 한국일보,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42410180004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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