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존 유지하기’의 진정한 가치
나윤숙 대표(PCC, KPC)
현) 알바트로스 성장연구소 대표
현) 비즈니스 전문 코치, 강점기반 성과코치
현) ICF KOREA CHAPTER 국제위 부위원장
현) PCC(국제코칭연맹), KPC(한국코치협회)
전) 씨티은행, 도이치은행, HSBC, 노무라 금융투자 슈퍼바이저
아하 모멘트보다 현존
최근 너무나 재밌게 코칭하고 있는 한 고객님이, "저는 아~ 하고 깨달아야만 행동이 되더라고요" 하시는데 번쩍 정신이 들었다. 그렇다. 그래서 코칭은 고객이 깨달음을 얻어 그 에너지로 행동 변화를 일으키도록 돕고자 한다. 하지만 아하 모멘트가 있어도 바로 행동으로 연결이 쉽지 않은 성격도 있고 행동을 제어하는 상황도 여러 가지가 있을 뿐 아니라, 때에 따라서는 매번 코칭할 때마다 강력한 아하 모멘트가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럼 그런 코칭은 다 잘못된 코칭이라 해야 할까? 개인적으로는 ‘다 괜찮다’라고 할 수 있는 것 같다, 코치가 다른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고객에게 몰입해 들어주고 있었다면 말이다.
오로지 고객에게 몰입한다는 것은 무슨 말일까? 코칭에서는 가장 기본으로 갖추어야 할 역량으로 8가지를 꼽는데 그중 하나로(5번째 역량) 현존(프레전스) 유지하기가 있다. 현존을 유지하기란 여러 가지로 설명할 수 있겠지만, 가장 기본은 다른 생각을 하지 않고 상대의 말에 몰입해 있는 상태를 말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오로지 고객에게 몰입하는 것이 현존을 유지하는 것인 거다.
그냥 친구와 대화할 때도 친구가 나의 이슈를 해결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기보다, 나의 이야기를 몰입해서 들어주는 것 자체에 큰 위로를 받는 것처럼 우리는 나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주고 지지해주는 다른 존재가 있을 때 큰 위로와 힘을 얻게 된다. 따라서 코치가 오로지 고객에게 몰입해 들어주었다면, 특별한 아하 모멘트가 없어도, 상대는 그 존재해줌 자체로 값으로 따질 수 없는 귀한 선물을 받았음을 본능적으로 알게 된다. 새로운 깨달음이 없었어도 기존 자기 생각의 방향성 혹은 확신에 뿌리를 내리게 되면서 존재가 선명해지고 가치관이 명확해지면서 분별력을 갖게 되어 실제적인 변화가 일어나기도 하고, 때로는 바로 행동력이 나오지 않더라도, 훗날 내면에 뿌리내린 확신을 토대로 반드시 중요한 찰나에 힘을 발휘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도 저도 아니라 해도 나의 이야기에 몰입해준 누군가가 존재했다면, 그 자체로 존중받음을 느끼게 되고 그래서 치유가 일어나게 되니까… 고객은 값진 현존을 알게 될 수밖에 없다.
요약하자면, “코치가 현존하기만 했다면, 어떤 코칭이었든 상대의 근본적인 코어 힘을 키우는 데 동참한 것이고, 상대도 그것을 안다.”라는 것이다. 갈수록 바로바로 성과가 나야 하는 것이 강조되고 있어서 눈앞의 것에 더욱 급급하게 되는 요즘이지만, 그래도 코칭 현장에서 거듭 확인되는 희망은, “인간은 이런 현존의 가치, 정말 소중한 것을 알아보는 눈이 있다”라는 것이다. 때문에 난, 인간 스스로 그것을 버리지 않는 한(적어도 버릴 수 있는 선택지가 있다, 기본 장착하고 있다는 사실!) 아무리 뛰어난 로봇보다도 나은 존재라 말할 수 있다고 본다.
현존의 진정한 존재 이유
하지만 반면에… 일대일 코칭, 코치의 현존과 같은 타인의 관계적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환경에 있지 않은 분들은 어떨까 생각하면 마음이 편치 않다. 인간이라면 정말 소중한 것을 알아보는 눈이 있지만, 부모의 잘못으로 혹은 처한 환경의 상황 속에서, 고통의 대물림 속에서 그 눈을 떠보지도 못하고 있거나, 사회의 대세에 따라 무심결에 그 소중한 눈을 감거나 오히려 버리고 살아 결국은 망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 같아서이다.
학교의 배움 기능도 대부분 사교육 그것도 온라인 수업에 넘어간 것 같고, 친구도 온라인 게임을 해야 만날 수 있는 이 시대는 진정성 있는 만남은 고사하고, 누군가 이끌어 줄 사람을 대면하여 만나 관계를 맺으며 인생의 안내(가이드)를 받기가 도무지 힘든 세상이 됐다. 개인주의가 급증하면서 예전에는 가족, 아니면 선생님과 친구와 상의하면서 어느 정도 다 해결이 됐던 문제들이 이제는 산 같이 큰 문제도 개인 혼자 해결해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특히나 카드빚이 난무하고, 투자 대란에 준비되지 않은 채 투자했다가 순식간에 다 잃은 사람들, 상식이었던 아파트 대출이 갑자기 오른 이자 때문에 매달 시간의 사이클 속에서 빚이자에 쫓겨 사는 삶으로 전락하는 등등 순식간에 멘탈이 무너져 버리는 사람들이 많은데, 혼자 두려움과 불안 속에서 이성적인 생각도 못 하고 그래서 도움을 요청하며 연대할 생각도 못 하고 즉, 방치돼 혼자 자신만의 고통만 극대화하는 감정의 노예로 사는 사람들이…. 계속 증가하고 있는 현실이다.
개인적으로는 우리나라의 높은 자살률의 원인이 이런 것이 아닌가 생각하는데, 이를 막기 위해서는 현존으로 진정 귀 기울여주는 상대, 존중받음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코치와 같은 존재가 시급해 보인다. 뉴스에는 이미 많은 사람이 망하는 길에 힘없이 쓰려져 있다고 하는데 이런 사람들을 죽기 전에 빨리 살려내야 하지 않을까?
그저 코칭만 잘하면 되지 왜 굳이 그런 사람들을 신경 쓰냐고 할 수 있다. 21세기는 초연결의 사회라는 말을 굳이 할 필요도 없이, 자살하거나 각자도생만 살길이 되어 인구 절벽에 연금도 없고 나라가 없어질 거라는 빤해진 미래 예측을 또 언급할 필요도 없이, 선을 넘어오는 교통사고에 당할 수밖에 없듯, 바이러스를 혼자만 피할 수 없듯 결국 우린 모두와 연결된 세상에서 살고 있어서 당연히 주위를 돌아봐야 한다 생각한다. 사실 코칭에서 역량으로 말하는 현존하기는 코칭을 잘하기 위해서라기보다,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필요한 것이기 때문에 존재하는 것이다.
오늘날 이 시대는 그 현존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 그리고 사실 오늘날 코치, 상담가, 교육자, 멘토라는 이름으로 전문가가 생겨서 그렇지 인간이라면 누구나 현존의 치유를 베푸는 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코치도 현존 해주는 상대가 필요하지 않는가. 우리는 모두 현존의 치유를 베풀 수 있는 사람들이며 동시에 끊임없이 현존의 지지가 필요한 갈급한 자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