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히 가야 할 길
유정민코치(KPC)
별마음심리상담센터 소장
국제코치훈련원 전문위원 및 파트너코치
국제코치훈련원 FT
광운코칭심리연구소 선임연구원
경기대학교 교수학습개발센터 객원상담사/코치
나는 코칭보다 교육과 상담을 먼저 배웠다. 대학 졸업 후 교사가 되었을 때, 평교사로 정년퇴직하는 것이 꿈이었다. 그런데 나는 교사를 그만두고 심리상담사가 되었다. 마음이 아픈 이들과 그 가족을 돕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교사와 상담심리사로 많은 사람을 만나왔다. 그런데 몇 년 전 우연한 기회에 코칭을 배우고 시나브로 코칭에 스며들었다. 국제코치훈련원에서 2년간 전문코치훈련 아카데미 과정을 하면서 코칭의 매력에 빠졌고, 결국 코칭심리 박사과정도 수료했다. 나에게 직업을 묻는다면 심리상담사이자 코치이며, 정체성을 묻는다면 조력 전문가(helping professions)라고 할 것이다. 몇 달 전까지 나의 고객의 20%가 코칭고객이었는데, 조금씩 늘어나 요즘은 50%가 코칭고객이다. 나는 코칭이 참 좋아서 내가 사용하는 SNS에 코칭에 대한 사랑 고백을 종종 한다. 그런 나의 고백 덕분인지 나의 주 코칭고객은 교사, 정신건강전문가(상담심리전문가, 임상심리전문가, 치료사 등), 성인 ADHD 등 코칭을 잘 모르는 분들이다. 코칭을 잘 모르는 분들께 코칭을 알릴 수 있음에 감사하다.
하지만 처음에는 좀 부담이 되었다. 특히, 상담심리전문가나 임상심리전문가분과 코칭을 할 때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올라왔기 때문이다. 나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코칭을 ‘잘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곰곰 생각해보니 그것은 아마도 코칭의 맛과 멋을 잘 전달해 코칭의 힘을 알리고 싶은 마음이 숨어 있었다. 이것은 다른 정신건강 분야의 전문가들은 코칭을 잘 모르기 때문에 나와 진행하는 코칭 세션이 코칭의 얼굴처럼 느껴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러한 나의 태도는 나를 더 긴장하게 만들어 코치다움과 코칭다움을 잃게 되곤 했다. 아마도 역량2(코칭 마인드셋을 구현한다)를 잘 보여주려다 보니 역량5(프레즌스를 유지한다)를 잃게 된 거 같다. 그래도 순간 알아차림을 하여 코칭을 ‘잘하고 싶은 마음’을 천천히 흘려보낼 수 있게 되었다.
ICF의 코칭 정의를 보면 ‘코칭은 고객의 개인적, 전문적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영감을 불어 넣고, 사고를 자극하며 창의적인 프로세스 안에서 고객과 파트너 관계를 맺는 것’이다. 고객이 스스로 원하는 곳에 갈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것이 코치이다. 코칭을 잘하기 위해서는 코치가 더 반짝거리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고객이 자신만의 반짝임을 찾을 수 있도록 함께하는 파트너여야 하고 그 도구로 쓰이기 위해 스스로를 잘 비워내야 한다. 비워낼 수 있는 좋은 기준이 코칭핵심역량 같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고객의 반짝임을 찾는 과정에 함께 하고 싶을까? 이 고민은 오래도록 했으며 여전히 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그 답을 찾은 거 같다. 세션이 끝나면 고객분들이 나에게 꼭 하는 말들이 있다. 성인ADHD인분들은 “코치님, 저는 평생 미루는 습관을 못 고칠 줄 알았는데요, 코치님과 함께하니 하나씩 제가 할 수 있는 것들이 생겼어요. 그리고 이렇게 섬세하게 존중받는 경험이 처음이에요!”, 커리어코칭을 받으시는 분들은 “코치님! 진짜 신기해요. 처음에 그 질문을 들었을 때는 어떤 대답을 해야 할지 몰랐는데요, 코칭을 진행하다 보니 저절로 생각이 나고 제 미래를 상상하면서 기분이 너무 좋아져요. 제가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다니 너무 좋아요! 진짜 코칭 신기하네요! 상담이랑은 정말 달라요.” 워딩은 조금씩 달랐지만 나와 코칭을 했던 고객들의 공통적인 소감이다. 이러한 경험이 누적될수록 나의 마땅히 가야 할 길이 서서히 다져지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나는 코칭을 잘 모르지만, 코칭이 필요한 이들에게 코칭의 맛과 멋을 알리고 싶다. 이것이 바로 내가 마땅히 가야 할 길이다.
<성찰 질문>
여러분이 생각하는 ‘잘’하는 코칭은 무엇일까요?
코치로서 여러분이 나아갈 마땅히 가야 할 길은 무엇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