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가 발견한 인문학의 힘
황현호 원장
국제코치훈련원 원장
한국부부행복코칭센터 원장
아주대학교경영대학원 겸임교수
광운대학교교육대학원 겸임교수
숭실사이버대학교 겸임교수
전, ICF코리아챕터 회장
기술 혁신가가 인문학에 빠진 이유
스티브 잡스는 애플이라는 기술 기업의 창업자였지만, 그는 단순히 기술만을 추구하지 않았다. "우리 회사는 기술과 인문학의 갈림길에 서 있다"고 말하며, "소크라테스와 점심을 함께 할 수 있다면 애플 전체를 걸겠다"고까지 했다. 이는 단순한 수사가 아니라, 그가 인문학을 통해 진정한 혁신의 원동력을 발견했음을 의미한다.
현대 사회에서 인문학이 주목받는 이유는 명확하다. 지속되는 경제적 불확실성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직면하고 있다. 단순한 기술적 해결책으로는 해답을 찾을 수 없는 복잡한 문제들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기 때문이다.
인문학의 본질: 앎과 실천의 통합
인문학은 고리타분한 지식 체계가 아니다. 그 진정한 의미는 '앎과 실천 사이의 간격을 줄여가는 것'에 있다. 무언가를 알게 되었다면 그것을 삶에서 직접 실천하는 것, 인간의 변하지 않는 가치를 깊이 성찰하고 그 가치를 실천하는 방식을 탁월하게 추구하는 것이 바로 인문학의 본질이다.
고대 그리스 플라톤의 아카데미아에서 시작된 인문학은 로마 시대 키케로에 의해 '후마니타스'라는 개념으로 발전했다. 키케로는 역사를 통해 지혜를 배우고, 합리적 사고로 도덕적 판단력을 기르며, 소통 능력을 강조했다. 특히 로마 시대의 인문학은 사회를 이끌어야 할 지도자들을 양성하기 위한 학문이었다는 점이 오늘날 리더십 개발과 맥을 같이 한다.
인문학이 던지는 세 가지 핵심 질문
인문학은 우리에게 세 가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첫째, "나는 누구인가?"라는 내면 성찰의 질문이다. 진정한 자신을 아는 것이 모든 성장의 출발점이다.
둘째,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도덕적 판단의 질문이다. 철학적 사고를 통해 합리적이고 비판적인 관점으로 선을 실천하고,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다.
셋째, "어떻게 살고 죽을 것인가?"라는 창조적 삶과 아름다운 마무리에 대한 질문이다. 탁월함을 발휘하며 창조적인 삶을 살다가 의미 있게 생을 마감하는 것이다.
이 세 질문은 각각 진(眞)·선(善)·미(美)의 세계와 연결되며, 인문학은 이 모든 영역을 통합적으로 탐구하는 학문이다.
2800년 전 호메로스의 질문: 여전히 유효한 성찰
고대 그리스의 시인 호메로스는 2800년 전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졌다. "당신은 누구입니까? 당신은 지금 어디로 가고 있습니까?" 이 질문은 시간을 초월하여 현재까지도 우리에게 깊은 성찰을 요구한다.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는 단순한 모험담이 아니다. 주인공 오디세우스의 여정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사이렌의 유혹, 키클롭스와의 대결, 스킬라와 카리브디스의 진퇴양난 상황은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유혹과 갈등, 어려운 선택의 순간들을 상징한다.
특히 오디세우스가 외눈박이 괴물 키클롭스를 상대할 때 보여준 지혜는 현대 리더십의 핵심을 보여준다. 무작정 힘으로 맞서지 않고 전략적 사고로 문제를 해결하되, 성공 후에도 겸손함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교훈을 준다.
고난을 사랑하는 힘: 아모르 파티
오디세우스의 여정에서 배울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교훈은 '아모르 파티(Amor Fati)', 즉 '운명을 사랑하라'는 메시지다. "참아라 나의 마음아, 너는 전에 키클롭스가 너의 전우들을 먹어치울 때, 이보다 더 험한 시련도 참고 살아남을 수 있었다"라는 구절은 2800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에게 용기를 준다.
시련과 절망이 닥칠 때 그것을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묵묵히 견뎌내는 용기, 극한 상황에서도 "이번 일도 언젠가는 우리에게 추억이 될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희망적 관점이 바로 인문학이 주는 힘이다.
목표 달성 후에도 멈추지 않는 여정
오디세우스는 고향 이타카에 도착했지만, 호메로스는 이것이 끝이 아님을 보여준다. 하나의 목표를 달성했다고 해서 만족하고 멈춰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다. 우리 인생은 대학 졸업, 취직, 결혼 등 수많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지만, 각 목표 달성 후에는 또 다른 새로운 여정이 시작된다.
현대 사회에서 성공을 거둔 후에도 공허함을 느끼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진정한 성장은 하나의 성취에 만족하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을 추구하는 데 있다.
스티브 잡스의 선택: 소크라테스를 만나고 싶었던 이유
스티브 잡스가 소크라테스를 만나고 싶어 했던 이유는 "너 자신을 알라"는 메시지 때문이었다. 이는 호메로스가 던진 "당신은 누구입니까?"라는 질문과 본질적으로 같다.
잡스는 기술적 혁신을 넘어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인생을 살아야 하며, 고난과 유혹 속에서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자 했다. 그리고 그 답을 인문학에서 찾았기에 애플은 단순한 기술 회사를 넘어 인간의 삶을 변화시키는 혁신적 기업이 될 수 있었다.
현대 리더를 위한 인문학적 성찰
복잡하고 불확실한 현대 사회에서 리더십은 단순한 기술이나 전략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진정한 리더는 자기 자신을 깊이 이해하고, 올바른 가치관을 바탕으로 결정을 내리며, 어려움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철학적 토대를 가져야 한다.
호메로스가 2800년 전에 전한 두 가지 메시지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첫째, 고통받을 운명을 회피하지 말고 사랑하라. 시련과 고통을 내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그것을 성장의 기회로 삼으라. 둘째, 목표를 향해 전진하되, 그 목표에 도달했다고 해서 멈추지 말고 다시 용기를 내어 앞으로 나아가라.
이것이 바로 인문학이 현대 리더들에게 가르쳐주는 핵심 가치다. 기술과 데이터가 넘쳐나는 시대일수록,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고 삶의 의미를 성찰하는 인문학적 사고가 더욱 중요해진다.
성찰 질문
1. 당신은 지금 자신의 '이타카'를 향해 나아가고 있나요, 아니면 표류하고 있나요?
2. 최근 겪은 어려움을 '언젠가 추억이 될 경험'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갖고 있나요?
참고문헌
https://www.youtube.com/watch?v=xeGsn8XEXm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