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돕는 사람
진해민 코치(KAC, IAC)
국제코치훈련원 전문위원
초등 협력교사
인성 진로 교육 강사
전) 중학교 진로진학 담당교사
몇 주 전 육아 고민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후배가 내게 마음을 털어놓았다. 아이들에 대한 감정은 뒤엉켜 있었고, 자기 자신에 대한 자괴감도 느껴졌다. 코치로서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고민하다 조심스레 질문을 건넸다. “아이들이 어떤 사람으로 자라면 좋겠어?” 후배는 내게 다시 물었다. “언니는요?” 역으로 질문을 받고는 말문이 막혔다. “글쎄……” 되돌아온 질문에 끝을 맺지 못하고, 우린 헤어졌다.
그 질문이 계속 맴돌았다. ‘나는 지금 어떤 마음으로 아이들을 키우고 있지?’ 내 생각을 돌아보았다. 동시에 과연 나는 어떤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는지 반문하게 되었다. 결국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의 모습을 아이들에게 바라기 마련이니까.
2020년 코로나 확산 1년 후 나는 깊은 우울감을 겪게 되었다. 아마 나뿐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예측하지 못한 대혼란에, 모두 어려움을 겪던 시기였다. 코로나 블루가 내게도 다가왔다. 어떤 인생이나 그렇듯 내게도 어려움이 갑자기 한꺼번에 덮쳐왔다. 코로나 시작과 함께 남편이 격 오지 근무를 하게 되며 떨어져 살게 되었다. 동시에 이사도 해야 했다. 나는 새로운 환경에서 5살, 7살 두 아이의 가정 보육을 혼자 감당하게 되었다. 툭하면 눈물이 났다, 지금의 신세가 서러웠다. 과거의 선택들에 대한 후회가 끝없이 밀려왔다. 주변 사람들에 대한 원망도 불어났다. 나 자신이 너무 미웠고, 스스로를 비난하며 갉아먹었다. 이런 모습이 나의 전부로 오해하는 날이 쌓여갔다. 다행히도 어느 순간 엄마의 마음을 먹고 자라는 아이들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지는 게 보였다. 정신을 차려야 했다.
감사하게도 5년이 지난 지금은 그때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평안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오히려 우울감을 겪기 이전보다 훨씬 더 풍요로운 삶을 살고 있다. 그 시절을 성장으로 이끌었던 터닝 포인트는 '가장 중요한 것 1가지만 하고 다른 시간엔 쉬기.' 였다 '아이들이 하교한 후에는 우는 모습 보이지 않기, 아침과 저녁밥을 잘 챙겨주기' 아이들뿐 아니라 엄마인 내게도 가장 중요한 욕구였다. 그 결단이 내가 스스로에게 베푼 첫 번째, '친절’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휴식이 있었기에 내가 가장 원하는 일을 위해 힘을 쏟을 수 있었다. 친절은 배려이고 다정함이고 예의다. 타인에게는 쉽게 했던 것을 정작 내게는 야박하게 굴었다는 걸 깨달았다. 솔직히 그때는 생존을 위한 절박한 선택이었다. 지금 돌아보니 그건 친절이었다. 스스로에게 베푼 배려와 여유, 기다림이 나와 우리 가족을 구했다. 나와의 관계 회복이 가족 관계의 회복으로 확장되었다.
최근에 ‘나와 친해지는 연습’이라는 책을 읽고 있는데, 프롤로그에서 이런 문장을 발견했다. '나는 사람들이 자기 자신과 친밀한 관계를 맺을 때, 더 충만한 삶을 살아가는 것을 목격했다. 그런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우리가 사는 세상은 더 아름다워질 수 있다고 믿는다.' 삶의 경험으로도 코치로서도 공감 가는 문장이었다.
코치로서 고객들의 이야기를 호기심 있게 듣고 질문하는 모습은 ‘친절한 나’의 확장 버전이라는 생각이 든다. 코치로부터 다정한 여유를 건네받은 고객들은 스스로에게 친절한 사람이 되어간다. 그 변화를 보며 매번 감탄하게 된다. 고객은 자신에게 보내던 비난과 자책의 목소리를 멈춘다. 지금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묻는다. 깊은 곳에서 울리는 자신의 솔직한 울림에 귀를 기울인다.몇 차례에 걸쳐 스스로에게 친절을 베풀면, 어느새 목표에 도달한 것을 보게 된다. 자기 자신에게 친절을 베풀려는 시도가 자기 가능성을 확장하고, 도전하는 데까지 나아가게 하는 것이다.
‘아이들이 어떤 사람으로 자라길 바라나요?”라는 질문을 다시 받는다면, 이렇게 대답하고 싶다 “스스로에게 가장 친절한 사람이었으면 좋겠어. 가장 힘든 순간에 누구보다 먼저 자신에게 손을 내밀어 줄 수 있는 사람. 좀 더 바란다면, 손 내미는 다양한 방법들을 알고 있으면 좋겠어." 삶은 예상치 못한 변화로 가득 차 있다. 변화는 막을 수 없다. 그렇지만 스스로에게 친절을 베푸는 풍요로움을 아는 사람이라면, 어떤 상황에서도 자기 모습대로 살도록 스스로를 다독여 갈 수 있을 것이다. 불현듯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는 속담이 떠오른다. 친절한 사람이 곧 스스로를 돕는 사람이 아닐까.
성찰 질문
1. 지금 자신에게 친절이 필요한 영역은 어디인가요?
2. 스스로를 돕기 위해 어떤 시도들을 하고 있나요?